영화 ‘원티드’(2008)에서 총알을 곡선으로 쏴 적을 제거하는 명장면으로 한국영화 ‘최종병기 활’ 등에 영감을 줬던 러시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51·사진). 그가 만든 할리우드 신작 3D(3차원) 액션영화 ‘링컨:뱀파이어 헌터’가 오는 30일 개봉된다.

노예를 해방시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링컨 대통령이 자신의 어머니를 숨지게 한 뱀파이어(흡혈귀)를 때려잡는 사냥꾼이었다는 독특한 상상을 펼쳐놓았다.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감독 특유의 액션으로 그려냈다. 16일 서울 한 극장에서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링컨:뱀파이어 헌터’는 한국 관객들도 좋아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합니다. 독특한 소재와 정서뿐 아니라 다양한 액션도 전해줍니다. 링컨이 동양무술을 하면서 도끼를 휘두르거든요.”

극 중 링컨은 쿵후영화의 주인공처럼 곤봉을 갖고 놀듯, 도끼를 휘둘러 뱀파이어들을 잡는다. 때로는 발차기를 동원한다. 말 떼들이 달리는 와중에 혈투를 벌이거나 화염에 싸인 철길과 기차 위에서 액션을 펼치기도 한다.

“액션 신을 개인적으로 즐깁니다. 인물들이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에 적을 물리치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소년 같은 상상을 지금도 좋아합니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의 액션과 스타일은 무난하지만 ‘원티드’만큼 뛰어나지는 않다. 3D 장면들도 다소 떨어지는 편. 그러나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의미는 뱀파이어를 정사(正史)로 편입시킨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은 노예제를 주장하는 뱀파이어 족속과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 간의 전쟁으로 규정한다. 노예들을 거느린 남부 지주계층이 뱀파이어들로 그려진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와 노예를 부리는 지주들을 동격으로 봤다.

러시아 출신임에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비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나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할리우드 사람들의 조언을 믿고 따릅니다.”

링컨 역 벤자민 워커에 대해서는 “링컨을 빼다 박았다”고 칭찬했다. 그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인물됨이 그대로다”며 “10년이나 15년 후 워커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