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사건에선 ‘양형기준’을 앞세운 재판부에 초호화 변호인단도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한화 측은 수사단계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박영수 변호사를 투입했다. 박 변호사는 최태원, 정몽구 회장을 차례로 구속한 재계의 저승사자. 법정 공방이 시작되자 민병훈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 바른의 베테랑들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민 변호사는 판사 시절인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경영권 승계 논란 재판에서 이 회장에게 대부분 무죄를 선고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앞서 2006년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 ‘법·검(法·檢) 영장 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양형기준’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재판부는 이들 변호인단을 압도했다. 서경환 부장판사는 16일 선고 뒤 “실형선고는 2009년 도입한 양형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부장판사는 1988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0회에 합격, 1995년 서울지법 서부지원(현 서울서부지법)에서 판사로 임관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