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을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 시장국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진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17일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개최된 제27회 한일경제경영국제학술대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 같이 말했다. 학술대회는 (사)한일경상학회, 일본 동아시아경제경영학회 등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과 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등이 주관해 열렸다.

허 본부장은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환경 변화와 정책과제' 주제의 발표에서 선진국의 약세와 신흥 시장국의 성장세를 대비해 주목 받았다. 최근 각종 국제기구와 경제협력 체계에서 선진국 중심인 G7보다 신흥 시장국을 포함하는 G20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들의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며 "정부의 대폭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적극 대응으로 위기는 모면했으나 재정 여력이 고갈되고 국가 부채가 쌓였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 비해 경제상황이 양호한 신흥 시장국들이 판세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 본부장은 "2006~2011년 신흥 시장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율은 70% 이상으로, 이들의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됐다" 고 덧붙였다.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허 본부장은 "경제의 글로벌화와 금융통합 진전으로 국가 간, 금융·실물 부문 간 상호 연계성이 강화돼 과거에 비해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며 "과거에는 경기 고점의 국내총생산(GDP) 수준 회복에 1~2년 정도 걸렸지만 이번에는 4년 이상 소요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대내외 정책 대응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수 진작을 통한 실물경제 성장동력 제고 △투기 목적 단기성 자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 확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확립 등이 그것이다.

허 본부장은 이어 "저소득층의 가계 부채 연착륙 유도와 한계기업 구조조정,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 등을 통해 잠재적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힘 쏟겠다" 며 "거시건전성 정책에 바탕한 경제 기초체력 보완과 취약 개인·기업 배려가 우선" 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