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7일 오전6시12분

국내 철강업계에 구조조정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통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상반기 철강업체의 영업이익은 30% 이상 감소했으며 몇몇 중소 회사는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철강회사들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증자하고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M&A가 활발해질 경우 철강업계가 재편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철강업계 먹구름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22개 정회원사의 영업이익은 408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5936억원)보다 31.2%(1852억원) 감소했다. 작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회사는 대한제강 환영철강 동양철관 3개에 불과했다. 대양금속 등 19개사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줄었다. 미주제강 포스코강판 대양금속 DSR제강 등 4개사는 아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문을 닫는 철강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부도를 낸 철강사만 4곳에 이른다. 지난 4월 강관업계 4위 미주제강을 시작으로 현진스틸 함양제강 금강제강이 줄줄이 쓰러졌다.

국내 철강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해외에서 날아온 악재 때문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3대 경제축의 ‘엔진’이 꺼지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수요가 줄어든 게 첫 번째 이유다. 여기에 국산보다 최대 20% 저렴한 중국산(産) 철강재가 국내로 대거 유입된 것도 국내 철강산업을 망가뜨리는 데 한몫했다.

문제는 중국 철강업계도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만큼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철강협회가 (한국 등지로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중국 정부에 수출세 폐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철강기업인 바오스틸은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아예 한국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인 GNS와 함께 경기 화성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한 중소철강업체 관계자는 “경기도에 있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철강재를 가공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영세 업체”라며 “가격 등에서 상대가 안 되는 만큼 바오스틸이 영업에 들어가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출구는 M&A 또는 증자

코너에 몰린 철강업체들은 유상증자와 M&A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대기업들은 계열 철강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세아메탈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세아그룹은 강관업계 1위인 세아제강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3월 SPP자원으로부터 SPP강관 지분 100%를 인수하기도 했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의 증자와 M&A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동부제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태국 현지에 합작법인 ‘타이동부’를 설립해 칼라강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선 2008년 키코사태로 무너진 철강업체와 최근 부도를 맞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M&A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형단조업체인 삼미금속은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모펀드(PEF)에 넘어갔다. 부산지역 철강업체 양보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인수후보를 찾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