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중국 부동산 이야기 ② 왜 중국 부자들은 제주도에 몰려드나

얼마 전 필자의 중국 퉁쉐(상하이교통대 대학원 동창)들이 단체로 한국 관광을 왔었다. 그중 하루 저녁은 필자가 남산에서 저녁을 대접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는데, 중국인들의 소비 확대가 직접적으로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들은 서울에서 이틀을 보낸 뒤 제주도로 날아가 이틀을 보내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요즘에는 중국의 요우치엔런(돈 있는 사람)들이 한국 관광을 자주 하고 제주도를 자기 나라 휴양지 가듯 한다고 하니, 또 그들 때문에 호텔방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이니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싶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최대 부동산 재벌인 뤼디(綠地)그룹은 제주도에 1조 원을 투자, 대규모 헬스케어 타운을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와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일차적으로 헬스케어 타운 예정 부지의 절반인 77만8000㎡를 구입했다.

또 지난 6월 19일에는 광둥성 선전시의 광야오그룹 역시 제주도에 ‘중국성(中國城) 리조트’ 건설에 30억 위안(약 5500억 원)을 투자하는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한다. 이 밖에 분마그룹, 백통그룹·홍유개발·팬차이나·시포트 등 많은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의 제주도 투자로 제주도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정도라고 한다.

무비자로 관광…상하이서 ‘1시간 거리’

중국인들이 왜 제주도 투자를 선호할까. 첫째는 선호도 상승이다. 우선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무비자로 관광할 수 있고 상하이에서 한 시간 거리일 정도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무엇보다 ‘한류’ 바람으로 이미지가 친근하고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이유일 것이다. 둘째는 제주도의 적극적인 외국인 부동산 투자 유치 정책 때문이다.

제주도는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를 통해 외국인이 5억 원 이상의 휴양 체류 시설을 구입하면 거주 자격을 주고 5년 후 결격 사유가 없으면 투자자와 배우자 그리고 자녀들까지 한국 국적의 영주권을 준다. 이 영주권을 받은 중국인은 미국을 포함한 120개 국가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영주권 취득 후 휴양 시설을 매도하더라도 영주권 효력은 유지되며 제주도 이외의 한국 체류도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목적은 순수 투자 차익과 함께 자녀 유학 등을 겨냥한 시민권 획득 등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확대 조치(走出去: 저우추취)로 향후 투자 확대 추세가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유명 호텔 체인인 진장호텔그룹은 한국에 호텔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급증으로 현재에도 호텔방이 부족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본격적으로 중국 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진행될 날도 시간문제로 생각된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심스럽지만 침체에 빠진 한국의 내수와 국내 건설 관련 산업 회복의 촉매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는지와 역설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작용은 없는지의 문제다. 또 한 가지는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의 중국 부동산 투자를 상대적으로 같은 시기에 진행해 투자 기회를 가져야 하며 그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상하이 현지에서 30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분양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던 중국 부동산 전문가인 아세아자산운용의 김의경 과장은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는 장기 투자의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중국에선 정부가 부동산 관리

이제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투자 이야기를 해보자. 기본적으로 중국에선 부동산을 정부가 관리하며 원칙적으로는 외국인이나 다른 성의 주민은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이 다른 것은 성별 호구제도와 거류증 제도다. 중국은 31개 성으로 구성된 인구 13억5000만 명의 큰 나라다. 각성은 후커우(戶口)제도를 가지고 있어 다른 성으로 가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마치 영주권과 같아 외국인과 같은 입장이 된다. 그만큼 지방자치제도가 발달돼 있다. 다만, 주택 구입 1년 전부터 합법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야 거류증을 받을 수 있고 거류증이 있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주택 구입 시 우리의 등기권리증인 팡찬정(房産證)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외국인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상하이의 집을 사려면 상하이에서 합법적인 직업을 갖고 1년 이상 거류해야 거류증을 받을 수 있고 그 거류증이 있어야 상하이의 부동산을 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아니면 현실적으로는 개별 외국인의 중국 부동산 구입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방법은 법인 형태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다.

사실 대표적으로 중국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례로는 미래에셋그룹의 상하이 푸둥금융지구 한복판에 자리한 미래에셋타워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를 관광해 본 사람이라면 가장 중심인 푸둥지역 중앙에 있는 미래에셋타워를 보면서 놀라움과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미래에셋은 2006년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그 당시 2800억 원을 주고 이 상하이 오피스빌딩(당시 명칭 허성국제 빌딩)을 구입했다.

이제는 대형 광고판 등 상하이 지역 사람들에게조차 푸둥지역의 대표적인 금융회사 건물로 인식될 만큼 입지가 높아졌다. 그때와 비교하면 건물 시세도 몇 배는 올랐을 것이고 환차익만 위안화 강세가 두 배 이상이므로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세계금융의 중심지 중 한 곳의 가장 중심 건물에 지속적인 브랜드 광고를 하는 효과일 것이다.

중국에 체류하지 않는 한국의 일반 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을 개인 명의로 구입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중국 부동산 펀드가 투자의 방법이지만 채권시장도 개방돼 있지 않고 외환 유출입 제한 등 여러 직간접적인 규제가 많다. 실질적인 중국 부동산 투자의 대안으로는 중국 우량 부동산 개발 기업에 주식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3단계 자본시장 개방안이 발표됐고 부동산 시장 역시 그와 함께 개방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한 5년쯤 지나면 중국인들이 서울 부동산을 사고 한국인들이 상하이 부동산을 사는 시기가 올까.


중국 금융과 중국인 엿보기

중국인과 부동산 그리고 혼인법 소동

집에 대한 집착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비슷하다. 최근 중국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혼인법’개정 에피소드가 있었다. 지금도 주택 구입자의 구입 목적 중 33%가 “결혼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남성이 집을 혼수로 해가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심지어 나이 많은 노총각과 젊은 여자가 결혼하는 것은 흠이 되지 않지만 집 없는 남자는 장가가기 힘든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하고 나면 주택이 부부 공동재산이 되니 만약에 이혼하거나 사별한다고 하더라도 부인에게 거액의 재산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번 ‘혼인법’ 개정은 이러한 사회현상을 막기 위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는 해석이다. 주요 골자는 ‘결혼 전 어느 한쪽이 산 주택은 이혼 때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세부 해설에도 ‘결혼 시 부부의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자녀에게 집을 사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집을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면 구입한 쪽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결국 남성이 혼인 전에 구입한 주택은 남성 것이니 이를 공동재산으로 볼 수 없으며 여자들이 이를 탐하지 말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여성들은 여성들에게 너무 불리하다고 거세게 반발했고 남성들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 국민들의 집에 지나친 집착을 막아보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웃지 못할 얘기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