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확인된 셈이죠.”

국민들의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라면 스프 쪼개기’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을 업계와 정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라면업계와 수차례 모임을 갖고 현재 한 봉지에 담겨 있는 스프를 두 봉지에 나눠담자고 제안했다. 스프 한 봉지의 중량은 10g가량인데 이를 7g짜리와 3g짜리로 나눠 담으면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양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시중에 팔리는 라면의 나트륨 함량은 1800~1900㎎ 안팎. 하나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권장량(2000㎎)에 육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이나 뇌졸중, 위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데 라면 나트륨 성분의 70%가 스프에 들어 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생산원가. 우선 스프 포장이 두 개로 늘어나면 단순계산해도 포장 비용이 두 배로 든다. 이로 인해 개당 생산원가가 20원가량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별도의 시설투자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스프 분량이 너무 적으면 봉지에 주입할 때 공기 중에 날아가버려 빈봉지가 나올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기존 생산라인을 개선해야 하는데 시설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업계는 별도의 포장설비 투자에 70억~8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당성 검토 끝에 복지부는 결국 스프 쪼개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가공식품의 잇따른 가격인상으로 생필품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소비하는 라면은 약 36억개. 1인당 매년 평균 75개씩을 먹어치우는 말 그대로 ‘국민 간식’이다. 정부로서는 라면 스프 쪼개기만 성공하면 ‘소금 덜먹기 운동’에서 적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가격 인상을 용인하면서까지 추진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신 라면 포장에 과도한 나트륨 섭취의 위험성을 알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욕만 앞세운 행정편의적인 발상은 혼란만 초래할 뿐입니다.”

싱겁게 끝난 ‘라면 짠 맛 빼기’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의 촌평이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