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매년 380억개의 볼펜을 만든다. 그런데 핵심 부품인 펜 끝의 볼은 90% 이상이 수입품이다. 잉크의 80%도 수입하거나 수입 설비로 만들어진다. 이 볼펜은 미국에서 1개당 1.99달러(약 12위안)에 팔린다. 그러나 중국 공장이 버는 돈은 1개당 0.1위안에 불과하다. 차이나1.0 시대에 중국은 볼펜만 만들었다. 차이나 2.0 시대의 중국은 볼을 만들고 잉크도 제조하려 한다. 기초연구부터 상업생산까지 가치사슬을 스스로 구축하려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0년이 지났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해 온 중국은 지금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LG경제연구원은 질적으로 변화한 중국을 ‘차이나 2.0’으로 규정했다. 차이나 2.0을 7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자주창신=스스로 산업 업그레이드

중국 정부는 2010년 자주창신(自主創新·모방에서 탈피해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새로운 경제기조로 제시하고 2020년까지 자주창신형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해 짝퉁 물건을 만들어 파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벗어나 신기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티브 인 차이나’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에 대한 예산을 크게 늘리고 차세대통신, 재생에너지 등 전략적 7대 신흥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기술을 개발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중국의 연구·개발(R&D) 비용은 1537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으며 발명특허는 52만6410건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 내수경제=외풍 없는 안정 성장

중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쌍두마차는 수출과 투자였다. 2000년대 이후 수출 주력산업이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바뀌면서 무역흑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투자효율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수출도 고전 중이다. 해외경제 침체로 수요가 준 데다 위안화 절상 등 통상압력, 임금 상승 등으로 수출 경쟁력도 약화됐다.

그래서 중국은 소비에 기반을 둔 내수 중심의 새로운 성장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제12차 5개년 계획의 핵심 내용도 ‘내수확대’ ‘안정적 경제발전’ ‘소득분배 조정’이다. 소비를 늘리려면 사회안전망 확충, 고용확대, 소득 증가 등이 핵심이다. 정부가 사회보장을 강화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민영서비스업을 지원하며 임금 상승을 주도하는 이유다.

(3) 저속성장=과도한 의존은 위험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난해 말까지 평균 소득이 약 60배 상승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8%나 된다. 그러나 최근 유럽과 미국의 동시침체로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4분기 9.8%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둔화돼 지난 2분기에는 7.6% 성장에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7%포인트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2%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4) 환경보호=차세대 에너지기술 확보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자 만성적인 에너지부족 국가다. 석탄 소비량은 세계의 48%로 압도적 1위인데도 해마다 전력 부족으로 생산에 제한을 받는다. 더구나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은 갈수록 제한을 받고 있다. 그래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은 이미 발붙이기 어렵다. 그래서 폐기물 및 하수처리, 재생자원 설비, 에너지절감형 기술 등이 유망산업으로 떠올랐다.

(5) 해외진출=대륙이 좁은 중국기업들

중국기업들의 쩌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투자 금액은 2007년 265억달러에서 지난해 700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중국기업의 해외기업 M&A는 207건, 거래금액은 429억달러에 달했다. 투자분야가 아직은 해외자원 확보를 위한 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있지만 선진 노하우를 얻기 위한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6) 문화강국=엄청난 잠재시장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17기 6중전회)에서 2015년까지 문화산업을 지주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75%를 차지하는 문화산업 비중을 2015년까지 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중국 공산당은 문화창작 영화제작 출판 인쇄 엔터테인먼트 디지털콘텐츠 애니메이션을 7대 중점 문화산업으로 지정했다. 중국과 문화가 비슷하고 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7) 금융허브=세계 자금의 블랙홀

세계의 돈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은행업의 자산규모는 113조3000억위안,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3조1000억달러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서는 282개 회사가 신규 상장돼 2861억위안의 자금이 조달됐다.

외환보유액도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앞세워 홍콩과 상하이를 아시아 최대의 금융허브로 키우고 있다. 중국과 무역거래가 많은 한국으로서는 위안화 국제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