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우승하고 싶어 우승하는 꿈을 많이 꿨다.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꿈이 깨버릴까봐 불안하다.”

양제윤(20)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넵스마스터피스(총상금 6억원)에서 데뷔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양제윤은 19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CC(파72·662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2위 정하늘(23), 김다나(23)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어머니 이윤미 씨(53)를 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이는 지난해 양제윤이 한 시즌 동안 벌어들인 총상금 7360만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양제윤은 개인사업을 하던 부친 양귀영 씨(65)가 은퇴한 뒤 경제적으로 쪼들려왔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엄마의 짐을 덜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전체중 2학년 때 국가상비군으로 발탁된 양제윤은 국가대표 시절 지난해 KLPGA 신인상을 수상한 정연주(20)와 차세대 골프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우승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2010년 시드전을 거쳐 2011년 시즌 정규 투어에 합류했지만 상금랭킹 44위를 기록하며 50위까지 주는 시드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4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양제윤은 6, 11번홀에서 2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2위와의 격차를 5타로 벌려 쉽게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3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진 데 이어 벙커샷마저 홀을 7m가량 훌쩍 지나쳤다. 그는 여기서 3퍼트를 하며 더블보기를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양제윤은 “사흘간 버디를 잡은 홀이라 오늘까지 잡으면 6타차가 된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고 친게 화근이었다”고 했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14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당겨지면서 카트도로 왼쪽 산등성이에 멈췄다. 레이업을 한 뒤 ‘4온’에 성공했으나 1m 내리막 파퍼트를 실수하며 또 보기를 했다. 그는 “더블보기를 하고 났더니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어 퍼트할 때 너무 긴장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순식간에 2위와의 타수차가 2타로 좁혀지며 막판 우승컵의 향방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양제윤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각오로 자신을 다잡은 뒤 15번홀(파3)에서 4m짜리 ‘천금 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후 더 이상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1.2m 파퍼트를 놓쳤으나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그는 “17번홀에서 파를 기록한 뒤 울컥했다. 18번홀에서 어머니가 감격에 겨워 울면서 다가오는데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260야드를 날리는 장타력에다 아이언샷이 장기인 양제윤은 약점인 퍼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더 많은 우승컵을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홍란(26)이 합계 5언더파로 4위에 올랐고 김혜윤(23)은 6언더파 66타로 ‘데일리 베스트’를 작성하며 합계 4언더파로 양수진(21) 이민영(20)과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시즌 4승에 도전했던 김자영(21)은 이날 2오버파 74타로 부진하며 합계 1언더파를 기록,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힐드로사이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