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며 결국 총부채상환비율(DTI)에 손을 댔다.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과 은퇴생활자에 대해 DTI 산정기준을 바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대출방식에 따라 DTI 한도를 최대 15%포인트 높게 적용하는 주택 범위도 종전 6억원 미만에서 모든 주택으로 확대했다. 한마디로 부동산대출을 풀테니 집을 사라는 주문이다.

부동산시장이 빈사상태인데 신통한 카드는 없으니 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은행 대출을 더 많이 받아 쓰라는 게 대책이 될 수는 없다. 필경 언젠가는 터질 버블을 또다시 만들고 보자는 발상밖에 안 된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층의 향후 10년 미래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늘려주겠다는 것은 일생을 빚더미에 앉아 보내라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노후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서 장기 빚쟁이로 만들려는 모순이다. 정부가 이들의 장기 취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은퇴생활자들도 마찬가지다. 보유자산이 많은 이들이 어째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써야 한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통상 샐러리맨은 인생의 절정기인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 사이에 소득이 최고가 된다. 이런 시기에도 안 쓰던 대출을 고정수입이 없는 은퇴생활자에게 권유하는 것은 노후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것밖에 안 된다. 부동산대책도 못 된다. 무엇보다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판국에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고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다. 앞으로 집값이 되오르지 않으면 원성만 쏟아질 것이다.

가계부채가 문제라면서 빚을 늘리라고 권하는 정부다. 이미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초과분을 갚지 않아도 만기연장을 받을 수 있게 길을 터줬다. MB정부가 그나마 잘했던 일로 꼽혔던 DTI, LTV를 임기 말에 스스로 무력화시키려 든다. 금융은 한번 원칙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그동안 원칙을 지키고 살았던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형국이다. 잘되면 내 공이고, 안 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삐뚤어진 모럴 해저드가 창궐하게 생겼다. 일단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자는 국가의 미래는 뻔하다. 정부는 외상이니 소를 잡아 먹어도 된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