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전문가 4명 중 3명이 우리 경제가 앞으로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학계·연구소·금융기관 등의 전문가 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올해 성장률도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 3.3%와 3.0%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미 일본 노무라(2.5%), 한국경제연구원(2.6%)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예상 성장률을 잇따라 2%대로 하향 조정했다. 장기침체로 가고 있다는 징후가 점점 뚜렷해진다.

사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오래 전에 비상경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호전되기는커녕 스페인 이탈리아 등 경제대국의 병세가 갈수록 깊어져 장기화되는 형국이다. 중국도 올해 8% 성장에 비상이 걸렸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다. 미국 역시 나아지는 기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선진국들의 경기위축으로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시장 어디를 봐도 좋아지는 곳 하나없이 꽉 막혀있을 뿐이다.

장기침체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경련 조사에서 경제전문가들이 투자여건 개선(46.5%)과 고용창출(27.9%)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지적한 이유다. 이미 국민들은 경기침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고용창출과 물가 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어떤 위기감도 안 보인다.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릴 묘책을 찾는 게 아니라 소위 ‘경제민주화 놀이’에 올인하고 있을 뿐이다. 표를 얻으려 순환출자금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계열사지분 강제매각 등 온갖 규제와 징벌규정을 끌어모으는 데 급급할 뿐이다. 심지어 대기업총수들은 배임죄를 범하면 살인죄보다 더 엄하게 벌을 받아야 할 판이다. 파도는 점점 높아지는데 한국경제호는 나아갈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속임수를 써서라도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타락한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