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한 데 이어 베트남에서도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게 됐습니다. 동남아시아에 ‘K팝의 현지화’를 이룬 셈이죠. 인도네시아 K팝 가수들은 스스로 ‘킨팝 가수’라고 칭합니다. K팝의 K에다 인도네시아의 IN을 붙인 합성어죠.”

K팝 가수 인큐베이터인 김진우 레인보우브릿지 대표(34·사진)는 K팝 현지화의 선봉장이다. 대형 기획사의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들을 훈련시키는 역할에서 나아가 외국인 유망주를 발굴해 K팝 가수로 만들고 매니지먼트까지 한다. K팝 육성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 대상의 TV 오디션 프로그램 ‘갤럭시 슈퍼스타’를 진행했다. 오는 12월16일부터 호찌민TV를 통해 베트남인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인도네시아 버전에는 삼성전자가 간접광고(PPL) 비용으로 40억원가량의 제작비를 댔고, 베트남 버전에는 롯데그룹이 40억원가량을 후원하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부터 베트남에서 신청자를 접수해 예선에 들어갑니다. 연말부터 지역예선 하이라이트를 엮어 방송할 겁니다. 결선 진출자 10명을 한국에 데려와 K팝 가수로 키우는 과정을 방송하는 것이죠.”

인도네시아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성공이었다. 현지 최대 민영방송사인 인도시아르는 지난 2월 초부터 7월1일까지 매주 일요일 ‘갤럭시 슈퍼스타’를 방송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렸다. 현지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자카르타 등 5개 도시에서 진행한 지역 예선에 1만여명이 몰려 실력을 겨뤘다. 방송에 등장한 김 대표와 작곡가 김도훈 씨 등 한국인 심사위원단은 유명인사가 돼 파파라치가 따라붙을 정도였다. 3월 ‘핵안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김 대표 등 제작진을 찾아와 격려했다.

김 대표는 오디션의 최종 우승자 4명을 모아 ‘S4’를 결성, 10월 현지 데뷔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연습 중인 S4 멤버 알리프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노래 실력만 있으면 가수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노래와 춤, 스타일, 인성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며 K팝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인도네시아어이지만 멜로디와 스타일은 K팝이다.

김 대표는 “K팝 시스템 수출의 중요성은 수익모델을 다양화해 K팝을 지속시키는 데 있다”며 “베트남 K팝 스타들은 자체 매니지먼트를 하며 광고와 공연사업 등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팝을 단순히 수출하는 형태로는 한계에 부딪힐 게 분명하기 때문에 시스템 수출로 현지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K팝 시스템 수출로 K팝 열풍에 따른 ‘반(反)한류’ 기운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며 “앞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현지인 스타를 키워 매니지먼트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학과 96학번인 그는 학창시절부터 가수와 작곡 생활을 병행하다 2009년 아티스트 캐스팅과 트레이닝, 프로듀싱을 하는 인큐베이팅 전문업체 레인보우브릿지를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일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사업해오다 해외에서 본격적인 가수 매니지먼트업을 하게 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