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지역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2004년 이후 8년 만에 4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중학교 3학년 중에선 일반계 고교 진학 희망자가 줄어든 반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부터 일단 가고 보자는 ‘묻지마 진학’ 열기가 한풀 꺾이고 고졸 취업이 새로운 사회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일 공동 발표한 ‘특성화고 진로이력 분석연구 2012’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지역 75개 특성화고를 졸업한 1만8296명 가운데 4월 기준으로 748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률은 40.6%. 특성화고 취업률이 40%를 넘은 것은 2004년 46.3% 이후 처음이다.

특성화고 출신의 취업률은 2001년 61.9%에 달했지만 대학 설립 증가와 무분별한 진학 등으로 2010년 19%까지 떨어졌다. 반면 특성화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63.7%까지 치솟는 등 일반고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기술명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 설립, 특성화고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기업들이 고졸 채용을 늘리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1년 22.9%로 올라간 데 이어 올해 40% 이상으로 대폭 상승했다. 조용 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장은 “대학에 가도 취업하기 어려운 반면 고졸도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먼저 직장 경험을 쌓고 나중에 대학으로 진학하는 ‘선(先)취업 후(後)진학’ 제도가 다양해지는 것도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성화고 취업자 평균 연봉은 작년 1562만원에서 올해 1662만원으로 100만원 늘었다. 금융권 취업자가 117명에서 324명, 30대 그룹 취업은 315명에서 773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중 75.7%인 5307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등 취업의 질(質) 역시 높아졌다.

단일 직장으로는 군(부사관)이 120명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리아(65명), 서울대병원(43명) 순이었다. 은행권과 공기업, 대기업이 고졸자 채용을 적극 늘리면서 우리은행(44명), 한국전력(30명),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29명), 삼성생명(26명), LG디스플레이(2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중학교 3학년과 특성화고 1학년 등 ‘다음 세대’에 대한 조사에서도 취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31개교 1945명의 중3 학생 대상 조사에선 일반고 진학 희망자가 작년 47.5%에서 올해 43.4%로 4.1%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포함) 진학 희망자는 10.4%에서 11.5%로 1.1%포인트 올라갔다.

18개 특성화고 1학년 1491명 대상 조사에선 특성화고 진학 이유로 ‘취업’을 꼽은 응답이 28.7%로 작년 1학년생의 14.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대학 진학’을 이유로 답한 학생은 작년 26.1%에서 올해 14.8%로 내려갔다.

또 졸업 후 희망 진로로 ‘취업·창업’ 또는 ‘선취업 후진학’을 고른 학생 비율은 23%에서 42.5%로 뛴 반면 ‘대학 진학’을 제시한 비율은 53.6%에서 35.5%로 내려갔다. 오석영 직능원 전문연구원은 “특성화고 진학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졸 취업이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아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