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나방의 최대 생태보고지는 어디일까. 지리산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목포대(최세웅 교수 연구팀)와 공동으로 지리산의 나방을 모니터링한 결과 국내 미기록종을 포함해 한국 내(휴전선 이남)에 분포하는 전체 나방의 72%에 달하는 1376종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과학원은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지리산 국가장기생태연구 조사지의 나방 다양성과 분포’에 대한 조사를 해왔으며 이번에 중간 발표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리산에서 새로 365종의 나방이 추가로 발견됐으며 발견지점은 주로 1300m 이상의 고지대였다. 젓나무나방, 톱니띠재주나방, 등붉은뒷흰불나방, 넓은띠담흑수염나방 등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나방들이다. 이 중 북한에서만 분포한다고 알려진 젓나무나방, 극동러시아 및 일본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톱니띠재주나방과 등붉은뒷흰불나방 등이 지리산 고지대 구상나무림과 신갈나무림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나방의 종다양성은 440㎢의 넓은 면적과 1915m의 높은 고도를 가진 지리산이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동서로 뻗어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라는 게 과학원의 설명이다. 과학원 관계자는 “나방은 먹이식물과 서식 환경에 따라 종의 분포와 서식밀도가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후 및 환경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