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것이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시대착오다. 지금 그곳에서는 하드웨어 창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 손목시계, 디지털 온도계 등 소규모 가전제품을 만들어 파는 벤처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페이스북, 징가 등 소셜미디어 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세계 최대 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주가는 상장 이후 반토막이 났고, 투자자들이 손을 떼면서 날개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불분명한 SNS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뒤늦은 자각에 따른 결과다. 실리콘밸리에서의 하드웨어 창업붐은 제조업의 재평가요, 재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우리는 이것이 미국 정부가 최근 성장활력 제고, 고용창출 등의 목적으로 제조업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은 법인세 인하, 이전비용의 20% 세액공제 등으로 해외로 나갔던 제조기업들에까지 U턴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과 첨단기술의 결합이 가속화하면서 제조 및 유통비용도 크게 낮아지는 추세다. 당장 3D(3차원)기술 등으로 시제품 제작 비용이 확 떨어졌고, 아웃소싱이 용이해지면서 대량생산 비용도 대폭 줄었다. 온라인 판매 등 유통채널 확보 또한 용이해졌다. 바로 이런 것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제조업 창업붐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국내에서는 툭하면 제조업 한계론이 튀어 나온다. 그렇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조업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을 뿐이다. 제조업을 진부한 산업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하다. 유럽 재정위기에서도 굳건한 독일과 추락하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것도 바로 제조업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