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인스턴트 와인·양말 배달…지갑 열게하는 혁신의 비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IGM, 한경 연재 '크리에이티브 전략'
회원에게만 자정 반짝세일…'명품의 딜레마' 한방에 해결
고급식당·도어맨 등 없애고 가격 30% 낮춘 비즈니스호텔
회원에게만 자정 반짝세일…'명품의 딜레마' 한방에 해결
고급식당·도어맨 등 없애고 가격 30% 낮춘 비즈니스호텔
기존 시장의 한계를 깨고 불황에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아이디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이나 가격 디자인 등을 뛰어넘는 사고의 혁신이 그것이다. 경쟁사들은 생각하지 못한 남다른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
IGM세계경영연구원이 2008년부터 한국경제신문에 연재한 칼럼 ‘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중 독자와 기업인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킨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팔리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사진)가 출간됐다.
이 책에서는 최근 10여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된 기업들을 ‘없던 것을 찾는다’ ‘있던 것을 바꾼다’ ‘있던 것을 없앤다’ 등 세 가지 카테고리, 8개 패턴으로 나눴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는 “거대 기업이 버티고 있거나 사양길에 들어선 산업이라고 해도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성공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없던 것을 찾아라’
소비자들은 명품의 비싼 가격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고 싸게 팔면 좋아할까? 하지만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상품은 명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같은 역설(paradox)을 해결한 기업이 미국의 명품쇼핑 사이트 아이딜리(Ideeli)다. 이 회사는 ‘멤버십 반짝세일(Members only Flash-sale)’로 매일 밤 12시에 회원에게만 명품을 싸게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즉 저렴하게 팔지만 아무나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명품의 딜레마를 해결했다. 아이딜리는 작년 9월 미국의 경영잡지 잉크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상장기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기 싫은 것을 대신해주는 ‘슈퍼맨’이 되는 것도 시장 개척의 묘수다. 검정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스위스 기업 블랙삭스닷컴(www.blacksocks.com)은 남성 직장인의 ‘귀차니즘’을 파고 들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새미 리히티(Samy Liechti)는 중요한 미팅에서 짝이 맞지 않은 양말에 구멍까지 뚫려 있어 곤욕을 치른 뒤 양말배달 사업을 착안했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74개국에서 4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hunt)도 유용하다.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의 일일 방문자 수가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를 뛰어넘은 것은 급격히 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과 제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있던 것을 바꿔라’
고정 관념을 깨는 것(break)도 혁신의 지름길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Pixar)는 지난 10여년간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더 놀라운 것은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스토리를 사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픽사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아이디어 개발 부서를 따로 두지 않았다. 대신 부서와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누구라도 애니메이션 개발팀을 꾸릴 수 있다. 창조적인 조직 운영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영국의 와인이노베이션이 개발한 ‘튤립(Tulip)’은 소비자들에게 인스턴트 와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줬다. 와인은 왜 맥주처럼 거리나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가볍게 마실 수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것이 성공을 가져왔다. 와인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튤립이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세계를 소개(date)해주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물간 것을 한발 앞선 것으로 ‘재정의(refine)’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등으로 유명한 마블엔터테인먼트(Marvel Entertainment)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종이만화 시장이 축소되자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핵심 사업을 만화책이 아닌 영화로 바꾸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장난감과 캐릭터 용품, 비디오게임 등의 라이선스 판매까지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필름시장이 디지털로 바뀌는 변화 속에 코닥은 파산한 반면 일본의 후지필름은 화장품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제 후지필름의 필름 매출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있던 것을 없애라’
지난해 도박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모 연예인의 입국 패션이 화제가 됐다. 평범해 보이는 패딩점퍼 가격이 200만~300만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그 브랜드는 몽클레르(Moncler)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pick one)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2003년 이탈리아의 한 기업가가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바지 셔츠 치마 양말 등의 기존 상품군을 대거 정리하고 패딩재킷에 집중한 것이 비결이었다.
미국의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는 경쟁사들이 신제품 개발에 매달릴 때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더블버거, 프렌치프라이 등 단 네 종류의 메뉴로 컨슈머리포트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락앤락 역시 밀폐용기에만 집중하면서 회사를 키운 좋은 사례다.
필요 없는 것을 없애서(cut off) 성공한 사례로는 일본의 비즈니스호텔 도요코 인(Toyoko Inn)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호텔은 일반 호텔에 있는 고급 식당이나 연회장, 매점 등을 없앴다. 도어맨이나 룸서비스 요원도 없다. 대신 비누 면도기 등 생필품을 파는 자판기를 설치했다. 숙박요금은 다른 호텔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비즈니스맨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집어낸 케이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IGM세계경영연구원이 2008년부터 한국경제신문에 연재한 칼럼 ‘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중 독자와 기업인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킨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팔리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사진)가 출간됐다.
이 책에서는 최근 10여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된 기업들을 ‘없던 것을 찾는다’ ‘있던 것을 바꾼다’ ‘있던 것을 없앤다’ 등 세 가지 카테고리, 8개 패턴으로 나눴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는 “거대 기업이 버티고 있거나 사양길에 들어선 산업이라고 해도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성공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없던 것을 찾아라’
소비자들은 명품의 비싼 가격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고 싸게 팔면 좋아할까? 하지만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상품은 명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같은 역설(paradox)을 해결한 기업이 미국의 명품쇼핑 사이트 아이딜리(Ideeli)다. 이 회사는 ‘멤버십 반짝세일(Members only Flash-sale)’로 매일 밤 12시에 회원에게만 명품을 싸게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즉 저렴하게 팔지만 아무나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명품의 딜레마를 해결했다. 아이딜리는 작년 9월 미국의 경영잡지 잉크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상장기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기 싫은 것을 대신해주는 ‘슈퍼맨’이 되는 것도 시장 개척의 묘수다. 검정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스위스 기업 블랙삭스닷컴(www.blacksocks.com)은 남성 직장인의 ‘귀차니즘’을 파고 들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새미 리히티(Samy Liechti)는 중요한 미팅에서 짝이 맞지 않은 양말에 구멍까지 뚫려 있어 곤욕을 치른 뒤 양말배달 사업을 착안했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74개국에서 4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hunt)도 유용하다.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의 일일 방문자 수가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를 뛰어넘은 것은 급격히 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과 제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있던 것을 바꿔라’
고정 관념을 깨는 것(break)도 혁신의 지름길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Pixar)는 지난 10여년간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더 놀라운 것은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스토리를 사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픽사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아이디어 개발 부서를 따로 두지 않았다. 대신 부서와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누구라도 애니메이션 개발팀을 꾸릴 수 있다. 창조적인 조직 운영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영국의 와인이노베이션이 개발한 ‘튤립(Tulip)’은 소비자들에게 인스턴트 와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줬다. 와인은 왜 맥주처럼 거리나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가볍게 마실 수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것이 성공을 가져왔다. 와인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튤립이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세계를 소개(date)해주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물간 것을 한발 앞선 것으로 ‘재정의(refine)’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등으로 유명한 마블엔터테인먼트(Marvel Entertainment)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종이만화 시장이 축소되자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핵심 사업을 만화책이 아닌 영화로 바꾸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장난감과 캐릭터 용품, 비디오게임 등의 라이선스 판매까지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필름시장이 디지털로 바뀌는 변화 속에 코닥은 파산한 반면 일본의 후지필름은 화장품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제 후지필름의 필름 매출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있던 것을 없애라’
지난해 도박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모 연예인의 입국 패션이 화제가 됐다. 평범해 보이는 패딩점퍼 가격이 200만~300만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그 브랜드는 몽클레르(Moncler)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pick one)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2003년 이탈리아의 한 기업가가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바지 셔츠 치마 양말 등의 기존 상품군을 대거 정리하고 패딩재킷에 집중한 것이 비결이었다.
미국의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는 경쟁사들이 신제품 개발에 매달릴 때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더블버거, 프렌치프라이 등 단 네 종류의 메뉴로 컨슈머리포트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락앤락 역시 밀폐용기에만 집중하면서 회사를 키운 좋은 사례다.
필요 없는 것을 없애서(cut off) 성공한 사례로는 일본의 비즈니스호텔 도요코 인(Toyoko Inn)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호텔은 일반 호텔에 있는 고급 식당이나 연회장, 매점 등을 없앴다. 도어맨이나 룸서비스 요원도 없다. 대신 비누 면도기 등 생필품을 파는 자판기를 설치했다. 숙박요금은 다른 호텔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비즈니스맨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집어낸 케이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