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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칭다오 공무원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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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중국 칭다오시의 투자 유치 대상은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입니다.”

    지난 10일 중국 칭다오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칭다오시 투자촉진국의 파오하이잉 한국팀장. 세련된 남보라색 블라우스를 입은 30대 중반의 여성인 그는 “칭다오시가 한국 중소기업을 너무 홀대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유창한 한국어로 이같이 답했다.

    파오씨는 매년 포천이 500대 기업을 발표하면 팀원들과 함께 개별 기업의 그 해 사업전략과 중국 진출 계획을 분석한다. 조금이라도 투자 가능성이 보이면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투자를 권유한다. 중국에 법인이나 출장소가 있다면 그곳이 베이징이건 광저우건 찾아가 칭다오의 투자 여건을 설명한다.

    칭다오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 GS칼텍스 등 한국 대기업을 1주일에 몇 차례씩 찾아가 투자 동향을 살피는 것도 파오씨의 주 임무다. 그는 “대기업은 언제 어떻게 투자를 집행할지 모르는데 이미 투자계획이 결정되면 늦는다”며 “검토 단계에서 칭다오시가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설명해야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오씨 같은 지방공무원을 뛰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철저한 성과 위주의 평가시스템이 비결이었다.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을 하다보니 파오씨가 이끄는 한국팀의 팀원 중에는 파오씨보다 2년 일찍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선배’도 있다. 파오씨가 더 많은 봉급을 받는다.

    권용석 KOTRA 칭다오관장은 “투자유치국 공무원들은 투자유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업무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은 공무원보다는 대기업 직원을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권 관장은 “초등학교 교사까지 반 성적에 따라 봉급이 차별화될 정도로 중국은 성과 위주 평가가 일반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와 대화를 마치고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커피숍을 나서는 파오씨의 뒷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철저한 연공서열 중심에 융통성 없는 한국의 공무원 조직문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칭다오는 톈진이나 광저우 등과 비교해 한 단계 아래인 ‘이선(二線) 도시’로 분류된다. 비슷한 규모의 한국 지방 도시에 파오씨 같은 공무원이 있을까. 포항에 있을까, 전주에는 있을까. 한국은 지방 공무원의 경쟁력에서부터 이미 중국에 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골이 서늘했다.

    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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