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예방하려면] "은둔형 외톨이에 손 내밀어 공동체로 끌어내라"
경기 의정부역에서 한 일용직 근로자가 휘두른 흉기에 8명이 다친 지 나흘 만에 서울 도심 국회의사당 앞에서 30대 남성이 휘두른 과도로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 사이 수원과 부평에서도 유사 강력사건이 발생했다. ‘묻지마 범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더욱 흉포화되고 빈번해지면서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범행의 흉기도 총기류가 아니라 과도·망치 등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도구여서 경찰이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안심리를 자극한다. 전문가들은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된 은둔형 외톨이나 소수자가 방치되는 사회적 취약구조를 큰 원인으로 꼽으며 다양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건강검진 받듯 심리검사를 실시해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미리 찾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에는 내게 피해를 입힌 사람만 공격했다면 요새는 사회 전반에 대한 비관·절망을 불특정 다수에게 풀어버린다”며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들은 대인관계가 익숙지 않아 ‘왜 나를 쳐다볼까’ 식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 흥분하거나 타인의 행동을 멋대로 오해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사이코가 아니라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들도 갑자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고, 남과 비교한 느낌을 박탈감이 아니라 삶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분노조절·인지치료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석헌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실직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게 묻지마 범죄”라며 “빈곤층, 사회취약계층 등을 상대로 한 안전망을 강화해 개인이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직자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선해 주거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도록 국가가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스트레스는 많아진 반면 이 같은 국가의 관리능력은 줄어든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와의 미시적 연대 고리가 없는 외톨이들은 사회를 하나의 벽으로 인식하고 전체 사회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며 “외톨이들에게 먼저 손을 뻗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의 경우 자칫 연쇄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엄격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제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어쩌다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며 “지금처럼 사법 당국의 처벌이 약하고, 국가가 도처에 산적한 범죄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범죄의 위험성을 억지로 감추거나 개인의 특별한 문제로 여기는 한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훈/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