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안먹히는 中 경제
중국의 8월 제조업지수가 9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금리 인하 등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경기가 오히려 더 위축되고 있어 당분간 중국 경제의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HSBC는 23일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7.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7월의 49.3에 비해 악화된 것이다. PMI가 50 이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HSBC PMI는 10개월째 50을 밑돌고 있다.

PMI가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유럽과 미국 등의 수출 주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8월 신규수출 주문지수는 46.6으로 전월의 48.9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훙빈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정 성장과 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수개월 안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SBC PMI는 조사 대상이 주로 연안지역의 중견기업이다. 내륙의 대기업이 주요 조사 대상인 국가통계국의 PMI보다는 중소기업 경기를 더 잘 반영한다. 국가통계국 PMI는 7월에 50.1을 기록하는 등 올해 5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HSBC PMI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중국 경기가 아직 바닥에 이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7.6%에 그쳤다. 당초 하반기에 회복세를 탈 것으로 봤지만 3분기 지표들은 더 악화되고 있다.

건설은행 자회사인 CCB국제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6월과 7월에 시행된 금리 인하와 재정정책이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며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더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치인 8.2%에서 7.9%로 하향 조정했다. 3분기 성장률은 7.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캐피털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1%에서 7.9%로 낮췄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