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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新 제조업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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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애플이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역사는 이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드웨어에 대한 소프트웨어의 승리’ ‘제조에 대한 서비스의 승리’라고 평가할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애플은 다른 분야도 아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이 상장 후 죽을 쑤고 있는 현실과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애플의 정상 등극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 또 한번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People who are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 잡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따로 보지 않았다. 제조와 서비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역사는 지금의 애플을 ‘제조의 끝없는 진화의 승리’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것이 미국 경제에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

    애플 정상등극은 제조의 진화

    1980년대 미국 경제는 지금처럼 어려웠다. 당시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에서 일본 등에 완전히 밀리는 상황이었다.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제조업은 어차피 넘겨 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강했다. 그때 미국이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게 지식재산권과 금융같은 서비스였다. 지식재산권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키는 밑거름이 됐다. 1990년대 IT 혁명을 이끌며 미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도 했다. 하지만 이른바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경제는 다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등장했던 건 금융이었다. 금융은 나홀로 성장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끝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소프트웨어도, 금융도 결코 제조업의 대안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제조업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구시대 유물쯤으로 취급되던 이런 논쟁의 부활 자체가 제조업에 대한 재조명이 다름없다. 아닌 게 아니라 분위기도 그 쪽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미 산업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에서는 소프트웨어도, SNS도 아닌 하드웨어 창업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제조와 첨단기술의 융합이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전문기업들이 거꾸로 하드웨어 쪽에 입질을 끊임없이 해대는 것도 그렇다. 때마침 셰일가스 등장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전력 등 전통 제조업의 부활까지 점쳐지는 분위기다. 제조업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큰소리쳤던 사람들은 그 예측을 상당 기간 유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美 제조업 부활 가능성

    미국 정부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해외로 나갔던 미 제조기업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아예 판을 깔겠다고 나섰다. 제조 기반이 붕괴되면 고용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오바마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 이전비용 지원 등으로 U턴을 재촉하고 있다. ‘생산성과 혁신을 위한 미 제조업연맹’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제조업 규제가 증가했다고 비난했지만 실은 정부에 규제완화의 명분을 제공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마키노 노보루 전 미쓰비시연구소장은 20여년 전에 “한 나라의 제조업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지면 국력도 쇠퇴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지식산업도, 과학기술도 제조업이 있어야 강해진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은 단순한 특허전쟁이 아니다. 미 법무부가 최근 한국 등 외국 제조기업들에 대한 카르텔 조사를 강화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 제조업 부활은 더 치열하고 힘겨운 글로벌 제조업의 주도권 전쟁을 예고한다.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슨 대비를 하고 있나.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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