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경기방어주로 각광받던 통신주는 지난 3년간 그 매력을 잃었다. 통신비 인하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및 롱텀에볼루션(LTE)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입자 확보경쟁이 심화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동안 시장에서 소외받던 통신주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적개선이 기대되고, 고(高)배당주 매력이 다시 부각되면서부터다. 연내 기준 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이 있고 망(網)중립성(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슈가 통신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점도 한 요인이다.

○3분기부터 ‘턴어라운드’ 예상

지난 2분기 통신주의 극심한 실적 부진은 이동통신 기본요금 인하 효과와 LTE 사업 본격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및 감가상각비 증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통신주 실적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통신업계 영업이익이 호황기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주는 배당률이 안정적인 업종으로 평가받는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7~8월의 평균 주가로 주요 통신업체 주식을 매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말까지 총투자수익률(주가상승률+배당수익률)은 평균 11~12%로 나타났다. 특히 총투자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다음해의 총투자수익률은 상대적으로 크게 개선됐다. 이런 점에서 작년 통신요금 인하 이슈 및 실적부진 우려로 총투자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던 통신주는 올해 총투자수익률이 과거 평균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부터 통신주의 시가배당률은 5%대를 유지해왔다. 지금은 6%를 웃돈다. SK텔레콤, KT의 시가배당률을 감안할 경우 ‘고배당주’라는 타깃으로만 통신주에 투자해도 이후 20% 이상의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 추가인하 때 매력 더 커져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한 통신주의 투자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통신주의 시가배당률과 국고채수익률(1년물 기준)의 차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SK텔레콤, KT의 시가배당률에서 국고채수익률을 뺄 경우(2009~2012년 현재) 평균 2.26~2.63%포인트 차이가 난다. 통신주에 투자하는 것이 국고채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시중은행 국고채수익률은 요즘 2.9%에 못 미친다. 시가배당률과 국고채수익률의 차이는 3.40~3.85%포인트 수준까지 확대됐다.

통신업체들이 높은 배당률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주 주가는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돼 국고채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통신주의 배당투자 매력은 더 부각될 수 있다.

최근 통신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망중립성 문제도 통신주의 매력을 더한다. 망중립성 이슈는 △소비자 과금 중심의 수익모델에서 공급자 과금 중심으로 수익모델이 다변화(프리미엄 인터넷서비스 제공에 대한 망사용료 부과)된다는 점 △스마트TV와 연계해 성장 가능하다는 점 △네트워크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의 규제중심 통신정책이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으로 통신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망중립성 모델, 유럽식으로 정립될 듯

국내에서 정립되는 망중립성 모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일부에서는 미국식 망중립성과 비슷한 모델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미국식 망중립성을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과 미국은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통신규제 및 시장경쟁 상황 등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망중립성 규제를 적용한 이후 통신요금 인상, 통신사업자들의 소송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점은 국내에 미국식 망중립성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설득력을 높인다.

한국형 망중립성은 미국식보다는 유럽식 모델과 비슷하게 정립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식 망중립성은 “대용량 데이터통신을 발생시키는 사업자(동영상 및 멀티미디어 사업자 등)의 서비스(Managed Service)에 대해서는 통신사업자가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 및 망 사용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유럽식 망중립성 원칙과 같이 통신사업자의 관리형 서비스(Managed Service:QoS 보장형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요즘 국내 통신업체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긍정적인 요인들로 인해 앞으로 통신업황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통신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