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6년차 박 대리가 찾아왔다. 그는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더 이상 같이 일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도 때도 없는 불필요한 호출과 감정을 상하게 하는 언사는 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만들고 있었다. 가열되는 온탕기 안에서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사지를 쭉 뻗은 채 힘없이 죽어가는 개구리의 모습에서 자신이 보인다고 했다. 그에게 “그래도 상사에게 배울 점이 혹시 있다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단호하게 없다고 했다.

#직장인의 벽, 상사

박 대리는 자신의 상사가 가진 유일한 리더십은 ‘자리 리더십’뿐이라고 답했다. 상사로 앉아 있을 뿐 다른 어떤 리더십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간 6개월은 참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참기 어렵기 때문에 전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미 두 번의 전직 경험을 갖고 있는 그의 입에서 또 전직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람만 맞으면 정말 다닐 만한 직장인데 상사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는 자신의 모습을 이해해 달라는 표정이었다. 직장인에게 벽은 자주 나타난다. 그 벽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업무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사람이 벽으로 나타날 때 보통은 상사가 그 역을 맞게 된다. 어느 회사나 저돌적인 외통수나 고집 센 명물이 있게 마련이다. 그에게 걸리면 금방 벽을 만나는 것이다.

#상사의 덫에서 벗어나는 법

많은 직장인들이 괴팍한 상사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그 상사 때문에 부서배치를 요청하고 심지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사람이 싫은 것은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싫어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인간은 합목적적 존재라고 한다. 목적에 맞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마이너스를 마이너스로 풀어갈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상사의 독선적인 처사 때문에 직장생활이 황폐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마이너스를 그대로 마이너스로 받아들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독한 상사와 함께 있는 기간은 강해지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있는 학습기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상사가 힘들게 하면 할수록 학습효과는 좋아진다고 주문을 건다. 자신의 내성을 강하게 만드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독한 상사로부터 강해져라

꼴 보기 싫은 상사도 1~2년이면 바뀐다. 필자는 대기업 20년 직장 생활에 15명 정도의 직속 상사들과 같이 생활을 했다. 한 명의 직속 상사와 3년 이상을 같이 생활하지 못했다. 퇴직 때까지 계속 같이 근무를 할 것 같은 상사도 이런저런 이유로 바뀌게 되어 있다. 친구 같던 상사도 1~2년이면 다른 곳으로 간다. 따라서 그 지독한 상사가 있을 때 자신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그가 떠나면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 상사 때문에 자신은 무한대의 강함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지 않고 먼 길을 갈 수는 없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 세상으로 나가는 방법은 없다. 그 지독한 상사가 있어 닫친 문을 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사의 괴롭힘 속에서 피어난 내성의 힘으로 산을 넘고 바다를 헤엄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직장 초기 지독한 상사를 만난다는 것은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력 키워주는 촉매제

상사의 벽은 직장인의 성공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다. 벽은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을 걸러주는 필터이기 때문이다. 벽은 직장인의 성공에 경쟁자가 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차단시켜 주는 자동장치다. 따라서 벽을 넘는 자는 성공을 하는 것이고 벽을 넘지 못하는 자는 벽에 가로막혀 버리는 것이다.

결국 벽은 방해물이 아니라 촉진물이다. 벽이 있어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능력을 키워야만 자신의 목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벽을 넘는 직장인에게 벽은 어떤 벽이든 의미가 있다. 큰 장벽은 큰 성공을 주고 작은 벽은 작은 결과를 준다. 벽을 넘지 못하는 직장인에게도 벽은 어떤 벽이든 의미가 있다. 큰 장벽은 절망을 주고 작은 벽은 아픔을 준다.

상사는 절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 스스로를 움직여 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계획이 있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상사에게 배울 점이 혹시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의 답도 같이 나온다.

#상사의 벽을 이용하라

똑같은 벽 앞에서 누구는 희망을 갖고 누구는 절망을 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벽을 이용할 것인가 벽에 막힐 것인가 선택의 문제에서 나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의미 있는 벽을 만난다는 것은 희망의 증거다. 단 그 벽을 넘어야 한다.

벽이 되는 상사는 방아쇠로 활용하라. 그 상사는 나를 튀어 나가게 만들, 열받는 동기를 끝도 없이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의 방아쇠에 자신을 실어 튀어 오르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에 “당신 때문에 성공했다. 당신이 싫어 스스로 노력을 했는데 그게 나를 성공으로 만들었다. 고맙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인으로 성공한 기업의 임원이나 CEO들의 칼럼 속에는 신입사원 시절 지독했던 상사의 이야기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지나간 과거는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자신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던 당시의 아름답지 않던 그 학습의 시절이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 데 초석이 됐다고 말한다.

정리=이주영 한경아카데미 연구원 opeia@hankyung.com



최종엽 <잡솔루션코리아대표 ceo@jobsolution.co.kr>

▷경희대, 한양대 사회대교육원 겸임교수▷광운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양대 교육대학원 인재개발교육 석사 ▷페어차일드코리아 부장, 삼성전자 차장 ▷저서 ‘블루타임’ ‘사람예찬’ ‘서른 살, 진짜 내 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물망초 연가’ ‘미국특보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