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은 23일 "작년 말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는 내년 상반기에야 해결의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인천경영포럼 주관으로 인천 라마다송도호텔에서 '변화의 중심에 서라-중소기업을 위한 기업은행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조찬 강연에서 재정위기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도왔고,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업이 문제니까 정부가 나서자 해결이 됐다"며 "유럽발 재정위기는 여러 국가들이 부채가 늘면서 발생한 것으로 해결 주체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 위기 해결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미국, 중국 등 주요 강대국이 정권 교체기에 있는 점을 지적했다.

조 행장은 미국에 대선이, 중국에는 지도체제 개편이 예정돼 있어 모두 안정되려면 내년 2~3월은 돼야 한다며 "그때쯤 미국의 새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 부주석,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머리를 맞대면 해결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경기가 움직이려면 내년 하반기는 돼야 하고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일러야 2014년"이라며 "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인천지역 중소기업들도 내년 말까지 재무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행장은 인천지역 기업을 상대로 한 예금대출 현황의 열악함을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인천에서 대출이 11조9천억원, 예금이 5조3천억원으로 대출이 예금보다 배 이상 많은데 서울은 대출 35조원, 예금 80조원으로 그 반대라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서 돈을 가져와 인천에 대출해는 셈인데 가장 좋은 것은 지역 내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예금을 해주는 것"이라며 기업인 상대로 예금 이용을 홍보했다.

마지막으로 조 행장은 조선 518년 역사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손꼽히는 세종대왕처럼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마음껏 일할 수 있게 미리 마당을 펼쳐놓은 태종 이방원처럼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부 공채 출신 첫 행장으로 2010년 12월 취임했다.

강연회에는 김진영 인천시 정무부시장, 김광식 인천상공회의소 소장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