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제때 갚지 않는 채무불이행(신용불량)이 지난 1년 사이 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 최하위등급 비중은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소득 증가가 정체된 가운데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결과로 해석된다.

26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불량 신규발생 지수’는 지난 3월 기준 20.80으로 작년 4월 16.83보다 23.6% 높아졌다. 신용불량 신규발생 지수는 매달 새로 발생하는 신용불량자 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대출·카드·할부…모두가 ‘덫’

지난 3월 신용불량 신규발생을 사유별로 보면 대출(14.37), 카드(6.21), 할부(0.22), 기타(0.01)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대출자, 신용카드 사용자, 할부금융 이용자 등 모든 분야에서 신용불량자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신용평가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조사한 최하위 신용등급자 비중도 이 기간에 크게 늘었다. 총 10등급 중 10등급자의 비중은 2010년 말 33만3000명에서 올해 5월 말 40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등급에서 10등급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0.84%에서 1.00%로 높아졌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말 10등급자가 45만8000명(1.21%)까지 불어난 후 가장 큰 규모다.

◆가계부채 922조원…질도 나빠져

신용불량자가 증가한 주된 원인은 가계빚이 늘었기 때문이다. 빚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가계가 증가한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최대인 922조원이다. 부채의 양만 늘어난 게 아니라 질도 나빠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2008년 말 0.54%에서 2010년 말 0.56%, 작년 말 0.60%, 지난 6월 말 0.7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은행권에서 돈을 못 빌려 제2금융을 찾는 비중도 늘었다. 2분기 석 달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 증가액은 6조2000억원으로 은행대출 증가분(4조8000억원)을 앞질렀다.

김형찬 나이스신용평가정보 CB연구소 팀장은 “은행의 연체율 상승은 주택경기 악화가,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은 다중채무자 문제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없고 자영업도 소득 줄어

정규직(상용직) 일자리보다 임시·일용직과 생계형 자영업자가 증가하면서 빚상환 능력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경기 악화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졌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3분의 1가량인 300조원이 자영업자 대출로 추정되는데,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자영업자 474만명 중 68만명이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이 끊겨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강력범죄자들은 경쟁사회의 낙오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경제가 나빠지면 강력범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