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삼익악기, 美 스타인웨이 최대주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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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분 취득시 '발동'
공개매수 현재론 불가능
▶마켓인사이트 8월26일 오후 2시30분
삼익악기가 명품 피아노 시장의 글로벌 ‘넘버원’ 업체인 스타인웨이의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했지만, 정작 경영권은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이즌 필’ 등 스타인웨이 경영진 측이 겹겹이 구축한 경영권 방어 수단에 막혀 공개매수 시도를 포함한 지분 추가 취득이 사실상 차단돼 있는 상황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타인웨이 이사회는 지난해 9월 특정 세력이 회사 지분을 대거 취득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도록 허용하는 ‘포이즌 필’ 규정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스타인웨이 주식을 10% 이상 취득하거나, 삼익악기 및 관계사가 35% 이상 가질 경우 포이즌 필이 발동된다.
현재 스타인웨이 주식 401만3254주(32.4%)를 들고 있는 삼익악기가 지분을 35% 이상으로 늘릴 경우 포이즌 필이 발동, 다른 주주들이 스타인웨이 신주를 싸게 사들여 삼익악기 지분율을 희석시켜버린다는 얘기다.
이뿐이 아니다. 삼익악기가 2007년 스타인웨이 지분을 처음 인수할 때 맺은 계약 조항도 경영권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익악기는 당시 ‘스타인웨이 지분을 40% 이상 보유하려면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삼익악기가 스타인웨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른바 ‘스탠드스틸(현상유지)’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악기가 스타인웨이에 투입한 자금은 853억원에 이른다. 2009년 320억원을 들여 16.5%를 취득한 데 이어 2010년 310억원을 투입, 11.8%를 추가로 손에 넣었다. 지난해 5월엔 222억원을 들여 스타인웨이의 경영진들이 보유한 ‘황금주(Class A)’도 매입했다. 스타인웨이의 황금주는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98배 많은 특별주식이다. 외부에 팔 경우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설계해 삼익악기가 사들인 순간 보통주로 바뀌었다.
삼익악기는 황금주를 사들인 이후 이사회에 이사진을 추가로 진입시킬 수 있었다. 9명 중 2명에 불과했던 삼익악기 측 이사 수를 지난해 11명 중 4명으로 확대했다. 나머지 4명은 기존 경영진 측 인사이며, 3명은 재무적 투자자로 지분 10%가량을 보유한 2대주주 측 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익악기는 여전히 스타인웨이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IB업계에선 삼익악기가 중장기적으로 스타인웨이를 완전히 인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익악기가 스타인웨이를 지배하기 위해 다른 주주와 연대하는 방법 등을 통해 포이즌 필을 없애고 공개매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수정/김태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