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권 지폐 속 겸재 그림 경매
1000원권 지폐 뒷면 그림인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실린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이하 진적첩)’이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는 27억~45억원으로,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경신 여부가 주목된다. 진적첩은 일종의 서화첩으로, 퇴우는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을 일컫는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대표 이상규)은 다음달 11일 오후 5시 실시하는 가을 경매에 1975년 보물로 지정된 진적첩이 출품된다고 27일 밝혔다. 이 서화첩이 추정가대로 낙찰되면 18세기 백자청화구름용무늬항아리가 갖고 있는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18억원)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영재 모암문고 명예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이 서화첩은 앞뒤 표지 2면을 포함, 총 16면으로 구성돼 있다. 이황의 ‘회암서절요서’를 비롯해 송시열의 발문 두 편, 겸재의 ‘계상정거도’ ‘무봉산중도’ ‘풍계유택도’ ‘인곡정사’ 등 4점, 겸재의 둘째 아들인 만수의 글, 이병연의 칠언절구, 임헌회의 후식, 김용진의 제서, 이강호의 발문 등이 수록돼 있다.

1000원권 지폐에 실린 ‘계상정거도’는 겸재가 1746년에 그린 작품이다. 퇴계가 기거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를 양성하던 도산서당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서화첩에 수록된 겸재의 또 다른 그림 ‘인곡정사’는 인왕곡에 있던 자택을 정교하게 그린 작품으로 퇴계와 우암의 친필이 마지막으로 전해진 곳이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겸재의 외할아버지 박자진이 우암을 두 번 찾아가 서화첩의 고증을 받고 있는 장면을 담은 ‘무봉산중도’, 박씨의 집을 그린 ‘풍계유택도’도 눈길을 끈다. 다만 2008년 이동천 씨가 《진상》(동아일보)에서 진적첩 내 ‘계상정거도’를 포함한 겸재의 4폭 그림이 임본위작(臨本僞作·원본을 베낀 작품)이라고 주장했으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감정 결과, 진품으로 확인됐다.

‘진적첩’ 외에도 가을 경매 출품작인 ‘백자달항아리’ ‘백자청화장생문호’ ‘백자청화산수매조어문선형수반’ 등 고미술품과 국내외 근현대미술품 164점(추정가 총액 91억원)은 28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 전시된다. (02)3479-88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