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르노삼성자동차가 '고(高) 연비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과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순차적으로 방한해 '회사 구하기'에 나섰던 르노삼성이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준중형 신차 'SM3'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가을 부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한국에 오자마자 차가 안팔려 고전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형 SM7는 신차 효과가 없어 애를 태웠다. 뉴 SM3는 실질적으로 프로보 사장이 선보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최근 악화된 경영 상황을 뚫기 위해 내놓은 SM3에 회사 명운(命運)이 달렸다.
뉴 SM3, 르노삼성 재도약 카드···"高 연비로 준중형 고객 잡겠다"

◆아반떼 추월한 동급 최강 연비…'17.5km/ℓ' 달성

르노삼성은 다음달 1일 신형 SM3를 공식 출시한다. 지난 27일 언론에 공개된 뉴 SM3는 동급 준중형급에서 가장 연료 효율성이 좋은 차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유가 시대 연비 경쟁력을 내세워 준중형 고객을 잡는다는 게 르노삼성의 전략.

시선을 끄는 대목은 역시 연비다. 3년 만에 부분 변경 모델로 나온 뉴 SM3는 경차 수준으로 연료 소비효율을 강화했다. 공인 연비는 17.5km/ℓ(구연비 기준). 신연비 복합기준으로 바꿔도 ℓ당 15.0km에 달한다. 2013년형 아반떼 16.5km/ℓ(구연비 기준), 2013년형 쉐보레 크루즈(1.8) 13.7km/ℓ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차와 비교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고재용 르노삼성 제품홍보팀장은 "엔진과 변속기를 교체하면서 이전 모델보다 16~17%가량 연비를 개선했다" 며 "동급 최대 효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상순 SM3 연구개발 총괄이사는 "연비를 올리는 부분에 가장 많은 고민을 했고 시장을 뛰어넘는(Beyond Market) 연비를 달성했다" 며 "경차 수준보다 연비가 높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은 뉴 SM3의 연간 판매 목표를 3만6000대로 잡았다. 월 평균 3000대 꼴이다. 아반떼가 독주하고 있는 준중형급 시장에서 17~18%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닛산과 공유한 엔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달라진 상품성 주목

뉴 SM3는 2002년 7월 첫 선을 보인 1세대 SM3의 출시 10주년에 맞춰 나온 2.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외관을 다듬고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을 뜯어고친 '신차 같은' 부분변경 차로 탄생했다.

뉴 SM3, 르노삼성 재도약 카드···"高 연비로 준중형 고객 잡겠다"
신형 SM3에 탑재한 1.6ℓ급 H4Mk 신규 엔진은 르노삼성이 일본 닛산자동차와 공동 개발했다. 권상순 이사는 "부산공장에서 엔진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닛산 소형차에도 동일한 엔진을 얹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엔진은 최고출력 117마력, 최대토크 16.1kg·m의 성능을 낸다. 시내 주행에서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엔진회전수 1500~3000rpm 실용 영역대에서 토크를 개선해 직접 차를 타보면 체감 성능이 훨씬 높다는 게 회사측 설명. 또 기존 CVT(무단변속기)에 보조변속기를 추가한 X-CVT를 적용해 연비는 물론 초기 가속 성능도 보강했다.

외관 디자인도 바꿨다. 전면부는 상하단이 분리되는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했다. 하단 범퍼도 교체했고 프로젝션 헤드램프(전조등)에 블랙 베젤을 가미해 세련미를 더했다. 색상은 에보니 브라운과 오리엔탈 레드 두 종류를 추가했다.

고급 편의 사양도 대폭 추가했다. 국산 준중형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컬러 계기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을 탑재했다.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장치) 및 주차 가이드 시스템 등 운전자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또 운전자가 자동차 키를 소지하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잠기는 스마트 핸즈프리 시스템, 와이파이로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 기능과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 커넥트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판매 등급은 총 5가지다. 가격은 1538만~1978만 원으로 이전과 비슷하다. SE플러스(1768만 원)의 구매 비중이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고재용 제품홍보팀장은 "가격을 평균 120만 원 가량 인상했으나 사양과 성능 등 보강된 상품성을 감안하면 실제로 40만 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