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9일 오후 3시50분

[마켓인사이트] 13년 만에 한라공조 되찾기…만도, 비스티온 지분 사들인다
한라그룹이 자동차 에어컨을 생산하는 옛 계열사 한라공조를 되찾기 위해 최대주주인 미국 비스티온 그룹에 보유 지분 매각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비스티온에 한라공조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보내기로 의결할 예정이다.


인수대상은 비스티온이 보유한 한라공조 지분 69.99%(7472만주)다. 인수가격은 지난달 비스티온이 한라공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도했을 때 제시했던 주당 2만85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을 주당 2만8500원으로 가정하면 총 인수 규모는 2조1000억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한라그룹의 한라공조 되찾기에는 국민연금과 산업은행PE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를 검토 중이다. 산은PE는 한라그룹이 만도를 재인수할 때도 FI로 참여했다.


한라그룹은 2년 전부터 비스티온그룹으로부터 한라공조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비스티온이 그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계열사인 한라공조를 파는 것을 꺼려해 답보상태에 빠졌었다. 비스티온은 1999년 3월 한라공조의 대주주가 됐다. 2011년 말 기준 비스티온 전 계열사 매출에서 한라공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달한다. 비스티온 본사가 위치한 미국시장 매출(16%)의 두 배다.


한라그룹은 비스티온 전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 퍼져 있는 비스티온 전 계열사를 실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한라공조만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라그룹이 비스티온에 한라공조 인수를 제안하려는 것은 최근 비스티온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비스티온은 돈 스테빈스 CEO를 전격 교체했다. 한라그룹은 CEO 교체로 비스티온 대주주들의 입장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CEO 교체로 비스티온에 일정 부분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스티온 그룹에서 한라공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한라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비스티온은 지난달 5일부터 24일까지 한라공조의 잔여 지분 30.01%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지분 100%를 확보해 자진 상장폐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라공조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응하지 않아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비스티온의 공개매수가 실패하자 한라그룹은 국민연금과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부속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한라공조 인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한라그룹의 한라공조 인수를 지원할지도 관심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촌동생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에게 한라공조 인수를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얘기도 업계에 돌고 있다.


만도 관계자는 “한라공조 인수외에도 만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영효/박동휘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