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한 두 건의 사고에 대해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를 조사한 결과 운전자 실수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운전자들은 EDR 분석만으로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부터 내·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대표 등 16명으로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조사한 자동차 급발진 주장 사고 차량 중 두 건의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 자동차 EDR을 분석, 공개한 이번 자료에 따르면 의도하지 않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발진했다는 운전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자의 실수가 급발진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 대상이었던 대구 와룡시장 그랜저 차량의 경우 EDR이 부착돼 있지 않아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과 협조하고 사고 상황을 담고 있는 CCTV, 엔진제어장치(ECU)를 분석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고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를 보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돌진했다’는 운전자의 주장과 달리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조사반이 ECU를 반도체 분석·시험 공인기관인 QRT반도체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ECU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합동조사반은 용인 풍덕천2동 스포티지 차량 사고도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으로 확인돼 차량의 급발진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결과를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대상 나머지 4건 중 도요타 프리우스와 렉서스 등 두 건은 차량소유자가 조사결과 공개를 원하지 않아 공개대상에서 제외됐고, BMW와 현대차 YF쏘나타 두 건은 10월 말 조사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티지 운전자 이모씨(37)는 “사고 전 우회전을 세 번 하면서 모두 브레이크를 밟고 돌았다”며 “교통안전공단이 소비자를 외면한 채 자동차 회사 편만 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추가 정밀 검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DR로는 사고 전후 5초를 조사하기 때문에 해석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아닌지만 확인되기 때문에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도 “EDR이란 에어백 작동조건을 보기 위한 장치로 급발진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차량에 장착된 EDR 공개가 자동차 업체의 재량에 달려 있는 현행 법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은 세계 처음으로 내달 1일부터 소유자가 원할 경우에 한해 EDR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