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만~2만원 '저가형 실손상품' 나온다
내년 초부터 소비자들은 월 1만~2만원의 보험료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실제 병원비의 90%를 돌려받을 수 있는 현행 실손보험 외에 80%만 돌려받는 상품이 출시돼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이 보험료를 덜 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손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 4월기준 2522만명이며, 단체가입분을 포함하면 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정지원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보험료 인상폭이 업계 평균보다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사전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며 “소비자들의 실손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형 실손보험 쏟아진다

이번 종합대책의 골자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다. 보험사들이 저가형 실손보험을 많이 내놓도록 유도해 보험료를 적게 부담하되 꼭 필요한 의료보장만 받으려는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인당 월 7만~10만원씩 내야 했다. 보험사들이 상해·질병보험 등 주계약 상품에다 실손계약을 특약 형태로만 끼워 판매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상품 중 실손특약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보험사들이 실손특약을 떼어내 1만원대 상품을 별도로 판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손종합보험’과 ‘실손단독보험’ 중 선택할 수 있다.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을 20%로 확대한 상품이 별도로 나온다. 현행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은 10%다. 만약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10만원을 납부했다면 현행 가입자는 보험사에서 9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 부담금 가입자는 8만원만 탈 수 있다. 대신 20% 부담금 가입자는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가 저렴하다. 이윤수 금융위 보험과장은 “의료 이용량이 적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라며 “20% 자기부담금 상품이 늘면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장기간은 최장 15년으로 제한

내년부터는 ‘100세 실손상품’ 판매가 엄격히 금지된다. 실손보험의 최장 보장기간은 15년으로 줄어든다. 보험사들이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은퇴·고령자들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예컨대 만 40세 남성이 3년마다 20%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현행 실손상품에 가입했다면 80세 시점의 보험료는 월 60만원에 이른다.

보험 만기가 15년마다 끝나지만 기존 가입자가 같은 상품에 재가입하기를 원하면 보험사는 거절할 수 없다.

보험료 갱신 시기는 종전 3년에서 1년 단위로 짧아진다. 또 보험사들이 매년 보험료 인상 한도를 따로 공시하도록 했다. 각사별로 인상 한도를 낮추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기대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관련법 시행 전인 연말까지 ‘100세 실손보험’에 대한 절판 마케팅을 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손해보험사들은 2009년 10월 실손보험 자기부담금(10%) 제도를 도입하기 앞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당시 저가에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가 올해 갱신 시기가 한꺼번에 돌아오자 보험료를 평균 60% 인상해 논란을 일으켰다.

류시훈/조재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