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신사의 운동’이다. 마음가짐은 물론 몸가짐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규칙위반이나 부정행위가 끼어들 틈이 있을 리 없다. 정말 그럴까. 주말 라운드를 떠올려보자. 아무도 보지 않는 러프 지역에서 공을 발로 차 치기 좋은 지점에 옮겨놓은 일이 한 번도 없었을까.

누구나 일상에서 자잘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산다. 회사 물품을 가져다 사적인 용도로 쓰고, 비용 청구서의 지출 내역을 부풀리기도 한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짝퉁 가방을 메고, 불법 사이트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일도 흔하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미 듀크대 교수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서 보통사람들의 이 같은 소소한 부정행위의 심리적 원인을 파헤친다. 저자는 사람들이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과 부정행위로 이득을 얻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고 말한다. 대개는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취하는 편이다. 사소한 부정행위가 사회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이유다.

미 워싱턴DC에 있는 케네디예술센터 선물매장의 도난 사건이 좋은 예다. 1970년대 300여명의 점잖은 은퇴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거드는 이 선물매장의 매출은 40만달러나 됐다. 매장은 현금상자만 두고, 일일장터처럼 운영됐다. 그런데 해마다 15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물품이 새나갔다. 범인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한두 푼씩 현금상자의 돈을 빼내간 것.

저자는 개인이 도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은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이어트 중에는 아침 저녁으로 야채만 먹었으니 과자 한 개쯤은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기 십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사소한 부정행위쯤은 허용하고 만다. 그러나 스스로 정한 도덕 기준을 한 번 어기면 더 이상 자기 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 경향도 있다. 명품과 짝퉁 실험이 이를 보여준다. 짝퉁을 쓰게 한 이들은 도덕적 제약이 느슨해져 부정행위의 길로 접어들기 쉽고, 다른 사람의 정직성까지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정행위의 전염성에도 주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이 사회 규범을 넘어서는 행동을 할 때 자신의 도덕성 범주을 수정하고, 부정행위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는 환경에서 부정행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도 관심을 쏟는다. 자신의 부정행위로 다른 사람이 이득을 볼 때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는다.

저자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을 추구하기 때문에 부정행위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며 “진짜 무서운 것은 사소하지만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부정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부정행위를 하도록 유혹하는 상황들에 대해 ‘도덕적 각성장치’를 마련하고,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는 즉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