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대표 "한국 업종 대표株에 집중 투자해야"
지난 7월 KDB자산운용에 영입된 데이비드 전 공동대표 겸 최고운용책임자(CIO·50·사진)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통’이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디스커버리캐피털매니지먼트, 베어스턴스 등을 거친 뒤 헤지펀드 운용사인 아틀라스캐피털매니지먼트를 설립해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월가의 헤지펀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된 것은 이머징마켓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고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한국 증시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업종 대표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이 5조원 이상 유입됐는데.

“이머징마켓 주요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고는 딱히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 중국 인도 브라질 3곳의 경제와 증시상황이 좋지 않아 글로벌 자금이 한국 증시로 몰렸다.”

▷최근 유입되고 있는 자금의 성격은.

“능동적(active) 성향의 자금이냐, 수동적(passive) 성향의 자금이냐 등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성격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코스피200 등 인덱스를 구성하는 대형주에 자금이 몰린 것은 맞다.”

▷글로벌 유동성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한마디했다고 어려운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다. 특히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수출 구조의 경제에서 내수 중심의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나.

“1980년대 후반의 한국 상황과 중국의 지금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조그마한 배(한국)가 속도를 줄이는 데도 많은 부작용이 있었는데 항공모함(중국)이 방향을 틀게 되면 그때 나타날 부작용은 훨씬 클 것이다.”

▷어떤 업종이 유망한가.

“업종보다는 종목의 규모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는 대형주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앞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5년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기도 하다.”

▷너무 단순한 것 아닌지.

“성장이 둔화되는 시대에 설비투자 연구·개발(R&D)투자 등을 통해 성장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업이 어디인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형주들이다. 이런 역량을 갖추기 힘든 중·소형주는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뺀 업종 대표주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글로벌 ‘넘버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켓리더’라는 표현이 걸맞은 종목이면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세계적으로 ‘덩치’가 가장 큰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썩 좋지 않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요즘 수익률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초등학생들에게 올림픽 나가 금메달 따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KDB자산운용에서도 회사를 이끌어나갈 공모펀드의 라인업을 어느 정도 구축한 뒤 헤지펀드에 손을 댈 생각이다.”

▷증시나 경제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지표가 있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역시 수출입 관련 데이터들이다. 30개국가량의 수출입 관련 지표들을 유심히 본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