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다음 주에 개편 마무리"
다음, "9월 중순 목표"
SK컴즈, "적용 시기 미정"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 포털사들의 대응 속도가 다르다.

헌번재판소가 지난 23일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을 내리자 포털사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응의 온도 차이가 난다.

가장 빨리 대응에 나선 포털사는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이번 주부터 개편 작업을 시작해 다음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지식in, 스포츠, 음악, 영화 등 네이버가 운영하는 각종 게시판과 뉴스에서 '실명 인증' 없이 댓글을 쓸 수 있다.

부작용에 따른 대응책도 신속하게 마련했다. NHN 관계자는 "실명제 관련 모니터링 인력을 두 배로 늘릴 예정" 이라고 밝혔다. 또 실명제 폐지와 관련, "실명 인증 절차에서 부담을 느꼈던 사용자들이 이젠 거리낌없이 포털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달 중순 개편을 목표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반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는 아직 이렇다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상태다.

SK컴즈 관계자는 "정책 변경을 검토 중이지만 적용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부작용에 대한 보호장치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판 등 커뮤니티 서비스 위주로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네이트·싸이월드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어 보호장치 마련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면 네이트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사라진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트는 다른 포털사이트와는 달리 인터넷 현명제를 적용해왔다. 현명제란 아이디가 아닌 실명으로 댓글을 달거나 게시글을 올리는 제도다. 실명 인증이 된 아이디로 글을 쓸 수 있는 실명제보다 더욱 철저한 본인 확인 시스템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네이트 댓글은 상대적으로 믿을 만 하고 재미있다'는 인식이 퍼졌고 이는 네이트의 강점으로 작용해 왔다. 실명제를 폐지하면 경쟁사의 댓글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어진다.

포털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실명 인증 폐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로그인 없이도 게시글을 올릴 수 있도록 체제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은 위험하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목소리다.

NHN의 한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가입시 휴대전화, 아이핀 등을 통해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로그인 없이 글을 올리게 한다면 마구잡이식 글로 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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