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에서 진행된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미국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완벽하게 애플 측 손을 들어줘 삼성에 패배를 안긴 지 일주일 만에 일본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 평결이 아닌, 전문 지식을 갖춘 판사가 내린 판결인데다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해석이다.

31일 도쿄지방재판소(쇼지 타모츠)는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 측 주장을 기각했다. 애플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탭 7 등이 아이폰, 아이패드에 들어간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날 법원이 내린 판결은 그 중 1건으로 '미디어플레이어 콘텐츠와 컴퓨터의 정보를 동기화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 특허는 MP3 음악 파일을 비롯해 컴퓨터에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옮기는 기술과 관련이 있다.

애플 측은 공유하는 데이터를 선택하는 구조가 자신들의 특허기술과 같다고 주장한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는 다른 기술이며 누구나 컴퓨터에 접속해 처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나머지 1건의 특허인 '바운스백'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이날 판결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무선통신 기술 관련 특허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기술 특허를 중요시 하는 일본 특성 상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표준특허로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던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에서는 '비행 모드 아이콘 표시' '바탕 화면 표시 방법' 등 상용 사용자인터페이스(UI) 특허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표준특허와 달리 상용특허는 그런 제한이 없어 승산이 있다는 것.

일본 법원이 삼성전자 손을 들어줌에 따라 배심원들의 평결을 토대로 미국 법원이 내릴 최종 결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조2000억원의 배상액을 내라는 미 배심원 평결이 나온 뒤 현지에서조차 평결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삼성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모바일 업계 혁신에 기여하고 일본 시장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김소정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