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강남스타일' 대박난 이유 물었더니…
가히 기록적이라 할만큼 폭발적인 인가를 누리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7월15일 발매된 후 7주간 주요 음원차트 3위안에 머무는 이례적인 성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강남스타일의 열풍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30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가 7000만건을 훌쩍 넘어섰고 미국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는 등 싸이의 인기몰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음악전문가들은 이런 싸이의 돌풍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53)는 스카이데일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남스타일의 인기열풍에 대해 “흥얼거리고 흉내낸다는 것이 대중가요 대박의 제일 요건”이라며 “강남스타일은 따라 부르는 정도가 아니라 변형이 가능해서 자기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싸이 '강남스타일' 대박난 이유 물었더니…
다음은 스카이데일리가 임진모 평론가와 가진 인터뷰 내용

싸이는 어떤 뮤지션인가?

대단히 감각적이고 영리하다. 내 느낌에는 감성과 이성이 잘 조화된 스타일이다. 똑똑하면서 감성적이고 기본적으로 음악을 잘했다. ‘새’때부터 그랬다.

(싸이가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은 감성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느끼는 감성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적인 자기 영역이 전제되지 않으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강남스타일의 음악적 특징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서 멜로디를 느끼는데, 최근 들어 음악의 중심이 멜로디에서 리듬으로 이동을 했다.

몰입되는 환희같은 느낌을 주는 것을 트랜스라고 하는데, ‘강남스타일’에는 트랜스적인 요소가 있다. 트랜스는 잘못하면 경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언어의 배열이 잘 돼 있어 리듬의 맛과 언어의 맛이 잘 조화됐다.

대중가요에서는 듣고 감동을 느끼는 음악이 있고, 따라 부르게 되는 음악이 있다. 싸이의 음악은 댄스음악인데 따라부를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흥얼거리고 흉내낸다는 것이 대중가요 대박의 제1의 조건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잘 된 곡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목이 ‘강남스타일’이다 보니까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기 현재 위치에 따라서 예를 들어 내가 발산동에 살면 발산스타일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아들과 나랑 둘은 우리 집이 다들 노안이라서 노안스타일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또 올림픽이 끝난 후 열린 국가대표 선수단 환영식에서 선수들이 만든 ‘태릉스타일’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강남스타일’이 뜰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따라 부르는 정도가 아니라 변형이 가능해서 자기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노래 중에 이런 영예를 차지한 곡이 많지 않다. ‘난 알아요’ ‘꿍따리샤바라’ ‘텔미’ 같은 대박곡들은 다 자기 노래로 만들 수 있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도 그것이 핵심이다.

뮤직비디오도 화제가 됐다.

말춤을 추는 등 좀 엉뚱한 모습이 보였다. 최근 들어 인기를 끄는 아이돌 그룹에서 볼 수 없었던 삐에로와 광대의 요소가 나타났다고 본다.

최근 뮤직비디오들은 좀더 섹시하고 좀더 스마트하고 좀더 시크하게 한마디로 대단히 트렌드에 앞서가는 멋진 느낌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마구간에서 말춤을 췄다. 우스꽝스럽지만 멋있다는 인터넷의 유행어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러나 싸이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낮췄다.

늘 얘기하지만 싸이가 실제로 작은 사람은 아니다. 작지 않은데 항상 늘씬늘씬한 여성과 함께 나오면서 자신을 작게 낮추고 못나게 드러낸다. 일종의 광대 스피릿, 삐에로의 접근법이다.

그렇게 못난 사람이 자신은 강남스타일이라고 하니까 거기서 나오는 아이러니, 역설이 쾌감을 주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과거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집안도 좋은 싸이가 스스로 망가지면서 광대이미지를 부각하고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잘난 사람이 잘난 모습을 보이면 그 집단에서 호응을 창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국적, 전세대적인 호응을 민들기 위해서는 역시 낮아야 한다. 그런 낮음을 통해 싸이는 마치 1등주의와 1%에 대한 은근한 조롱을 표하기도 한다.

1%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격을 보여준다. 한 순간 춤의 향연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1등과 1% 세상에 대한 저변의 도발 같은 것이 숨쉬고 있다.

싸이의 모습은 결코 잘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말춤을 추고 조그맣고 못생기고 그런데도 어떻게든 썬글라스를 껴가면서 강박적으로 앞서가려고 하는 그 모습에서 오는 묘한 페이소스가 있다.

특정한 몇몇 잘난 사람, 1등이나 우월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약간의 힐난과 조롱과 반격같은 메시지가 살짝 입혀졌다고 생각한다.
싸이가 해외에 알려진 과정도 한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류 측면에서 볼 때 강남스타일이 얘기해주는 것은 두가지 측면이라고 본다.

첫 번째는 한류가 대단히 의미있고 뿌듯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에 진출했고 세계 각국에 상륙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일이 제한돼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돼왔다. 항상 꽃미남과 섹시녀에 의한 아이돌 댄스음악이 주를 이뤄왔다.

‘강남스타일’은 같은 댄스음악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느끼게 됐다.

▲ 국가대표 선수들이 함께 만든 태릉스타일 영상. 14일 열린 국가대표 선수단 환영식에서 공개돼 큰 화제를 낳았다.
또 하나는 대형기획사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자기의 독특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류의 저변이 확대된다고 볼 수도 있고, 콘텐츠에 자신감만 갖고 있다면 굳이 대형기획사의 아이돌그룹만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류가 홍보나 마케팅을 통해 작위적으로 나가는 측면이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흐름 속에서 솟아났다.

역시 대중가요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호응에 의해서 부상하는 것이 가장 정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를 쓰지 않아도 콘텐츠가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반응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된다.

홍보를 많이 하고 마케팅을 해서 노래가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겠지만 사실 대중음악은 진짜 좋아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노래가 진짜라는 것을 말해준다.

올림픽 분위기 속에서 대중가요가 솟아나기는 대단히 힘들다. 워낙 한국선수들이 선전했고 17일동안 올림픽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았는지 모른다. 양궁, 펜싱, 수영, 여자 핸드볼, 축구, 여자 배구, 유도, 리듬체조 등 안 볼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대중가요가 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그런 와중에 ‘강남스타일’이 솟아났다. 대표팀 환영회에 이미 ‘강남스타일’이 대박이 나서 태릉스타일이 나왔다는 것은 억지로 된 게 아니다. 누가 올림픽 기간에 홍보나 마케팅을 하겠는가.

‘강남스타일’은 올림픽 전에 만들어졌지만 올림픽 기간 중에 떴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고, 한류는 콘텐츠가 다양화돼야 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됐다. 그리고 싸이와 YG엔터테인먼트는 제대로 하나 건졌다고 얘기하고 싶다.

▶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누구

한국에서 손꼽히는 음악평론가인 임진모는 1992년부터 음악평론을 시작했다.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교통방송 <음악이 있는 거리> 등에 출연했으며 다수의 매체에 고정기고가로 대중음악평론을 게재하기도한 대표적인 대중음악평론가다.

2001년에는 대중음악 웹진 ‘이즘’의 탄생에 구심점 역할을 했으며 2008년에는 MBC 라디오 ‘임진모의 뮤직스페셜’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상물 등급위원회 공연심의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6년에는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 ‘팝리얼리즘 팝 아티스트’(1993),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1994), ‘록, 그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1996), ‘젊음의 코드, 록’(2003), ‘우리대중음악의 큰 별들’(2004) 등이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