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정규투어 첫 승 "무명 설움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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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클래식
첫 단독선두에 밤잠 설쳐
'엘리트' 양수진·이정민 제압
첫 단독선두에 밤잠 설쳐
'엘리트' 양수진·이정민 제압
‘무명’ 김지현(21)은 지난 2년간 ‘톱10’에 딱 두 차례 들었다. 그것도 둘 다 9위로 턱걸이했다. 유명 선수들 사이에 ‘통과의례’인 국가대표 상비군을 한 적도 없다. 골프도 중학교 때 시작해 햇수로 불과 8년이다.
김지현은 2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GC(파72·6509야드)에서 열린 LIG손해보험클래식(총상금 5억원) 마지막날 1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임했다. 프로 데뷔 후 생애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나서다 보니 전날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그는 “새벽 2~3시에 잠에서 깼는데 머리 속으로 대회 코스를 반복해서 돌았다. 너무 긴장하니까 어머니가 옆에서 잠을 재워줬을 정도”라고 말했다.
캐디로 나선 부친 김재준 씨(56)는 최종라운드 직전 딸에게 “아빠는 여기까지 온 걸로 만족한다. 우승은 이미 하늘에서 점지했을 것이다. 네가 아니면 아무리 용을 써도 안될 것이다. 욕심 버리고 즐겁게 치자”고 다독였다.
이날 우승 경쟁자는 공교롭게도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동기생’ 양수진(21)과 이정민(20)이었다. 이정민은 ‘골프 명문고’ 대원외고 출신에 국가대표를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상금왕을 노리는 양수진 역시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정민은 이날 5언더파, 양수진은 4언더파를 몰아치며 맹추격을 해왔다.
김지현은 초반 1, 3, 8, 10번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한때 4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11번홀(파4)에서는 6m 파세이브 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에 자신감을 가졌다. 이정민은 16번홀(파4)에서 ‘이글성 버디’를 낚으며 역전의 불씨를 되살렸다. 김지현은 여기서 보기를 범했으나 17번홀(파4)에서 3m ‘천금 같은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버디를 실패했다면 1타차로 추격을 허용할 뻔했다.
이날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김지현은 2위 이정민을 2타, 3위 양수진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그는 3일 생신을 맞은 어머니 유정옥 씨(48)에게 생일 선물로 1억원을 안겨주게 됐다.
두 차례 시드전을 치른 김지현은 “시드전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곳이다. 여기서 못 치면 1년을 못 뛰기 때문에 매홀 긴장의 연속”이라며 “다음주 한화금융클래식까지 상금랭킹 12위에 들어 하나금융LPGA챔피언십에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현은 ‘동명이인’에다 나이까지 같은 ‘절친’이 1부투어에서 뛰고 있다. “‘지현’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지현’이가 5위를 해 내가 축하인사를 받았다. 그때 서로 잘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잘쳐 다행이다.”
웅진코웨이 소속인 김지현은 지난해 출범한 골프단에 창단 이후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겼다. 아마추어 김효주(17)는 이날 4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213타 공동 19위를 했다. 상금랭킹 1위 김자영(21)은 합계 2언더파 공동 26위에 그쳤다.
일동레이크G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