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파업 쇼크'…8월 판매 3년 만에 최악
가뜩이나 국내외 경기가 안 좋은데 파업까지 겹쳐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국내 판매 감소분을 해외 판매 확대로 만회해왔지만 지난달에는 임금협상을 앞둔 노조가 4년 만에 부분파업을 벌이고 잔업을 거부해 수출물량도 줄었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총 29만3924대(국내 3만5950대, 해외 25만7974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6% 줄어든 수치다. 국내 판매가 29.9% 급감했고 해외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차 월간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줄어든 것은 200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월 판매량이 30만대를 밑돌았으며, 국내 판매는 2009년 1월(3만5396대)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속된 내수 침체와 파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달 파업과 잔업 거부로 현대차는 6만5304대(1조3560억원), 기아차는 3만6707대(5997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이어진 데다 파업과 휴가로 인한 공급 부족이 겹쳐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며 “해외 공장의 판매 호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해외판매 실적을 보면 국내 공장 수출물량은 작년 동월보다 31% 줄어든 반면 해외 공장 판매는 14% 늘었다.

기아차도 사정은 비슷했다. 8월 판매량은 19만904대(국내 3만2078대, 해외 15만8826대)로 올 들어 가장 적었다. 국내 판매는 작년 동월에 비해 12.4% 줄어 3년 만에 최저치였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실적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좋지 않았다. 한국GM은 8월 한 달 동안 4만5167대(내수 9808대, 수출 3만5359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전년 동월보다 14%, 수출은 17.8%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내수(4001대)가 63.9%, 수출(7081대)은 56.4%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판매가 59.4% 급감했다.

쌍용차도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9.5% 줄어든 9136대(내수 3706대, 수출 543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 회사는 7월 초 업계 최초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했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