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예정됐던 제19대 정기국회 개회식 및 1차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2시로 계획됐던 개회식과 본회의는 3시에서 4시로, 다시 오후 늦게까지 미뤄졌다.

사정은 이렇다. 여야는 회기 첫날인 이날 본회의를 열어 2011회계연도 결산안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특검 추천권에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야는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는 앞서 민주당이 특검 2명을 추천하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뒤늦게 “특정 정당이 특검을 추천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저녁 늦게 가까스로 처리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질타가 이어졌다. 19대 국회 첫 정기국회인 데다 여야가 ‘쇄신 국회’를 약속했음에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들이었다. 첫날부터 이렇게 삐거덕거리면서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상임위원회 등 줄줄이 잡힌 ‘국정 감시’와 ‘견제’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예산안 처리가 정치 공방의 볼모로 잡히는 정치권 ‘관행’이 올해도 되풀이될 게 뻔하다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석 달 뒤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정기국회인 만큼 여야의 정치공방은 더욱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들고 나올 계획이다.

새누리당 역시 이달 중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범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판에 뛰어들면 검증에 나설 태세다. 때문에 ‘대선 블랙홀’에 빠져 ‘직무유기 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이미 2011회계연도 결산안 심의·의결의 법정시한(8월31일)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는 물리적 충돌 방지, 직권상정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해 19대 국회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새롭게 태어나는 국회가 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런 국회선진화법이 19대 첫 정기국회 개회일부터 빛이 바랬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