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100일 가까이 됐지만 52명의 의원이 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가장 큰 권리이자 의무인 입법권을 활용하지 않은 채 3개월을 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월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제출된 법안발의 실적(대표발의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체 1273건이 발의됐다. 1인당 4.24건 이다. 전체 300명 의원 중 17.3%에 달하는 52명이 법안을 전혀 발의하지 않았고, 3분의 2에 해당하는 199명은 다섯 건 미만의 법안을 발의했다.

한경, 19대 국회 100일…의원 법안발의 조사해보니
○법안 발의 0건…누구?

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 중에는 주요 정당의 대선주자와 여야 대표가 포함됐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대선 후보를 비롯해 황우여 대표,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강석훈 전하진 이학재 의원, 비박근혜계 대표격인 이재오 의원 등 21명이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친박 관계자는 “박 후보를 비롯해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대선 정책을 준비하느라 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정세균 경선 후보와 이해찬 대표, 한명숙 전 대표, 김한길 추미애 최고위원 등 22명의 법안 발의 건수가 0건이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0건 발의 의원이 무더기로 나왔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 당사자인 김재연 이석기 의원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던 김선동 의원을 비롯해 8명의 법안 발의 실적이 전무했다. 전체 의원 13명 중 60% 이상이 법안을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법안을 한 건만 발의한 의원은 42명이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무소속 의원,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임수경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소속 20명, 민주당 소속 19명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 등 38명이 2개의 법안을, 공천헌금 의혹을 일으킨 현영희 무소속 의원 등 31명이 3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당별 발의실적은 민주, 새누리순

한경, 19대 국회 100일…의원 법안발의 조사해보니
정당별로는 민주당의 발의 실적이 가장 좋았다. 1인당 평균 발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이 4.8건이었고, 새누리당은 3.9건이었다. 선진당이 3.5건, 진보당이 2.4건을 기록했다.

선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3선 그룹(6.4건)이 가장 많은 법안을 제출했고, 재선(1인당 4.5건)과 초선(1인당 3.6건) 의원들이 그 뒤를 이었다. 5선 이상 의원들의 발의 실적은 1인당 1.7건에 그쳤다.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29건을 낸 김우남 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시작으로 비료관리법 개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을 내놓았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26건)과 최근 선진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한 이명수 의원(22건)이 그 뒤를 이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