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학협력 중점교수’를 올해 2000명 기용키로 했지만 실제로는 목표의 절반인 1008명밖에 채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재정수입 다양화와 실무 중심 교육을 위해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재정 지원 방식의 모순과 대학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 등으로 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잘하는 대학에만 지원…‘빈익빈 부익부’

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 전국 308개 대학(4년제 173개, 전문대 135개)에 총 3728명의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존 교수를 산학협력 중점교수로 전환한 ‘지정형’이 2526명으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산업체 경력자를 교수로 임용하는 ‘채용형’은 1008명에 그쳤다.

4년제 대학의 채용형 산학협력 중점교수는 모두 741명으로 학교당 평균 4.2명이었다. 홍익대가 93명으로 가장 많았고 호서대(77명) 경성대(5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산학협력을 잘 하기로 손꼽히는 대학들을 포함해 101개 대학은 산학협력 중점교수 신규 채용을 한 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대 중에도 채용형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한 명도 없는 대학이 86개나 됐다.

교과부는 지난해 11월 대학 산학협력단 역량강화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 51명이던 채용형 산학협력 중점교수 목표를 올해 2000명으로 늘렸다.

대학들은 산학협력 중점교수 제도가 부진한 이유로 우선 정부 지원 방식의 오류를 들고 있다. 정부는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에 선정된 51개 4년제 대학과 30개 전문대가 산학협력 중점교수를 채용할 경우에만 교과부와 지식경제부 예산으로 연간 4000만원까지 임금을 지원한다.

한 사립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산학협력 중점교수는 산학협력을 잘 못하는 대학이 잘하도록 탈바꿈시켜주는 제도인데 실제 인건비 지원은 이미 잘하고 있는 LINC 선정 대학에만 돌아가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2년 후 LINC 중간 심사에선 새로운 대학을 편입시키거나 기존 대학을 탈락시키는 등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특성 무시도 문제”

산학협력 중점교수는 지역 산업체들과 연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다수 보유한 울산대, 학내 벤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진 호서대 등 특성화된 대학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제도다. 이런 제도를 정부가 전국 대학들에 획일적으로 보급하려 한 것부터가 무리한 시도였다는 지적도 있다.

허정석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은 “울산대처럼 제도 도입 역사가 5년 이상이고 주변에 산업체가 많은 대학도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21명밖에 안 된다”며 “주변에 산업단지가 없는 대학들은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많은 대학들 중 일부는 지난 3월 말 선정된 LINC에 들기 위해 무리하게 채용을 늘린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K대 산학협력 중점교수는 “작년과 올해 사이 채용된 산학협력 중점교수 30여명 가운데 20명 이상이 전임이지만 정년을 보장받지 못해 무기계약직이나 다름없는 ‘비정년 트랙’ 형태로 채용됐다”고 말했다.

■ 산학협력 중점교수

기업 임원, 창업 경험자 등 산업체 경험을 활용해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산업 수요에 맞도록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교수. 석·박사 등 최소학력 기준은 없지만 ‘채용형’은 산업체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강의 의무가 일반 교수보다 30% 이상 줄어들고 실적 평가도 연구 대신 프로젝트나 인턴십 등 산학협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