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장 속 신고가 종목 '키워드' 살펴보니…알뜰소비·콘텐츠파워·든든한 계열사
주식시장이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횡보하고 있지만 일부 종목은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여 주목된다. 코스피지수가 5.58포인트(0.29%) 내린 1907.13으로 마감한 4일에도 35개 종목은 올 들어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약세장에서 음식료 제약 등 이른바 경기방어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신고가 행진을 벌이는 종목 중에서는 △소비 패턴 변화 △소프트웨어시대 도래 △대기업 그룹 내 위상 강화 등을 배경으로 ‘구조적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알뜰 소비…저가 화장품 강세

신고가 종목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알뜰 소비 확산에 따른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종목의 강세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는 올 들어 181.65% 급등했다. 올 상반기 민간 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에이블씨엔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5.1%와 186.5% 증가했다. 손효주 LIG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3분기는 계절적으로 화장품업계 비수기지만 에이블씨엔씨는 지난달 할인 판매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늘렸다”며 “당분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렌터카와 중고차 사업을 양축으로 하는 AJ렌터카는 이날 7400원에 거래를 마쳐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보다 20.13% 상승했다. AJ렌터카는 상장 후 한때 공모가(7000원) 아래로 하락했지만 최대주주인 아주엘앤에프홀딩스가 장내 매수에 나서고 렌터카와 중고차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이 기대를 모으면서 상승하고 있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법인영업 중심의 중장기 렌터카시장은 특별한 계절성 없이 꾸준히 매출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연예·게임 등 소프트파워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관련주 강세는 중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 자동차 등 대규모 설비를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 산업이 이끄는 시대에서 지식 감성 문화 중심의 소프트웨어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이들 종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대장주인 에스엠은 이날 5만6200원으로 작년 말보다 22.98% 상승했다. 지난 3일에는 장중 6만3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슈퍼주니어의 일본 교세라돔 콘서트와 동방신기의 아레나투어가 3분기 매출에 반영되고 4분기에는 샤이니 아레나투어가 매출로 잡혀 하반기 최대 실적이 나올 것”이라며 “주가도 2차 상승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이날 장중 6만6700원의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고, 컴투스 게임빌 등 모바일 게임주도 최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 지원 속 안정 성장

탄탄한 계열사는 예나 지금이나 불황기에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현대위아는 현대기아차라는 안정된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시장)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위아는 이날 18만2000원에 마감해 올 들어 27.72% 올랐다. 지난 3월까지는 12만~14만원대에서 횡보했으나 4월 이후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는 현대위아를 자동차 파워트레인 관련 핵심 부품기업으로 키우고 있다”며 “단순히 현대·기아차 계열사라는 것을 넘어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