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바로 저긴데, 바로 저긴 줄은 아는데…. 아무리 일어나서 집에 가려고 해도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못 왔어요. 미안해요, 아빠."

지난달 30일 오후 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A(7)양은 아버지(41)의 품에 안기면서 이렇게 흐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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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 범죄 억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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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은 집 거실에서 편안히 잠을 자고 있다 짐승같은 피의자 고종석(23)에게 이불째 끌려가 목을 졸린 채 무참히 짓밟힌 후 악몽같은 밤을 보내고 다음날 경찰에 발견됐다.

사건발생 4일이 지났지만 A양에게는 잔인한 성폭행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난달 31일 나주병원에서 1차 수술 후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을 때보다 호전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의료진은 물론 가족들을 피하고 어떤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던 A양은 조금씩이지만 가족들과 대화를 시작했고, 병실을 찾은 담당의료진이 던진 질문에도 짧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병원치료비는 여성가족부가 전액 지원키로 했다. 여성부는 성폭행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 500만원 외에 A양과 가족들의 심리치료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병원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해도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조두순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여아를 자녀로 둔 부모를 비롯 모든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아동 성범죄가 집 근처 지인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이젠 이웃주민들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북구에 사는 두딸 엄마 S씨(35)는 "동네 아저씨들이 아이 예쁘다고 관심을 보여도 웬지 불안해서 황급히 지나가게 된다. 집 근처에서 모르는 남성들이 쳐다보기만 해도 깜짝 놀라게 된다"며 하소연했다.

조두순 사건 이후에 8개월 만삭 임산부를 성폭행 하거나 한 고등학생이 10대를 하루에 두명이나 성폭행 하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성범죄 기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며 현재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대법원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발표한데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 판단을 위해 조사한 2009년 7월부터 2011년까지의 아동 성범죄 사건 212건의 평균 형량은 3.39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약 3년이 지나면 우리 주위에 활개치고 다닌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엽기적 성범죄와 관련 경찰 인력 보강, 민생치안 예산 증액, 인터넷 음란물 차단과 같은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라디오 연설에서 "전자발찌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한편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성범죄자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동ㆍ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엄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한 네티즌은 나주 성폭행 관련 기사에 "어른들이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