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깡통주택' 경매 3개월 늦춘다…집 팔 기회 한번 더 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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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5000가구 추정…금융사가 매매 중개
금감원, 집주인·은행·세입자 손실 최소화
금감원, 집주인·은행·세입자 손실 최소화
주택가격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을 모두 돌려주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주택’에 대한 경매를 은행권이 3개월간 유예해주는 ‘경매유예제도’가 5년 만에 다시 도입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6일 “집주인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시장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줘 은행은 물론 집주인, 세입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집값이 더 하락할 상황에 대비해 유명무실화한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금융권과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경매유예제도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경매 대상 주택 증가로 부동산 값이 더 떨어지고 가계부채가 더욱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현재 주택 매매가격의 80%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 가구는 18만5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41)는 2009년 A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고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를 4억원에 매입한 뒤 1억2000만원에 전세를 놓았다. 김씨가 사업이 어려워져 최근 6개월간 원리금을 연체하자 은행은 집을 경매처분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그동안 집값은 3억원까지 떨어졌다. 요즘 낙찰가율(수도권은 시세의 약 75%)대로 경매가 이뤄지면 낙찰예상가격은 2억2500만원에 불과하다. 담보권 우선 순위에 따라 은행이 2억원을 가져가고 나면 세입자는 9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매낙찰가율이 인천지역은 72%까지 추락했고, 수도권도 75%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라며 “바로 경매처분하면 세입자들은 물론 은행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집주인에게 3개월간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지금은 유명무실화된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커지던 2007년 9월 국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들의 자율 협약 형태로 마련됐다. 경매 직전에 몰린 집주인이 이 제도를 활용해 매각하겠다고 신청하면 부동산 전문 중개사이트인 ‘지지옥션(www.ggi.co.kr)’이나 은행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네트워크에 매각 희망 가격 등 세부정보가 올라간다.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는 그러나 은행 여신 담당자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매각 건수가 줄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김영대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당시엔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지 않아 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며 “대출자나 은행 모두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권에 제시할 인센티브다. 주택가격이 폭락한 미국에선 은행이 모기지론에 대해 만기연장, 금리감면, 채무재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면 건당 1000~3000달러를 재정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은행이 바로 경매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손실을 분담한 데 대한 대가를 정부가 지급해 주택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으려는 고육책이다.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위한 재정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이 같은 재정 지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에 뭔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조만간 금융권의 의견을 듣고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그동안 주택담보대출로 상당한 이익을 거둔 만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인센티브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류시훈/장창민/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
■ 경매유예제도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집주인에게 마지막으로 집을 팔 수 있는 기회를 3개월간 주는 제도. 금융감독원은 2007년 9월 도입됐던 ‘담보물 매매 중개 지원제도’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전문 매매중개 사이트에 가격 등 매물정보가 올라가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게 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6일 “집주인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시장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줘 은행은 물론 집주인, 세입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집값이 더 하락할 상황에 대비해 유명무실화한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금융권과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경매유예제도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경매 대상 주택 증가로 부동산 값이 더 떨어지고 가계부채가 더욱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현재 주택 매매가격의 80%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 가구는 18만5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41)는 2009년 A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고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를 4억원에 매입한 뒤 1억2000만원에 전세를 놓았다. 김씨가 사업이 어려워져 최근 6개월간 원리금을 연체하자 은행은 집을 경매처분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그동안 집값은 3억원까지 떨어졌다. 요즘 낙찰가율(수도권은 시세의 약 75%)대로 경매가 이뤄지면 낙찰예상가격은 2억2500만원에 불과하다. 담보권 우선 순위에 따라 은행이 2억원을 가져가고 나면 세입자는 9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매낙찰가율이 인천지역은 72%까지 추락했고, 수도권도 75%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라며 “바로 경매처분하면 세입자들은 물론 은행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집주인에게 3개월간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지금은 유명무실화된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커지던 2007년 9월 국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들의 자율 협약 형태로 마련됐다. 경매 직전에 몰린 집주인이 이 제도를 활용해 매각하겠다고 신청하면 부동산 전문 중개사이트인 ‘지지옥션(www.ggi.co.kr)’이나 은행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네트워크에 매각 희망 가격 등 세부정보가 올라간다.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는 그러나 은행 여신 담당자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매각 건수가 줄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김영대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당시엔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지 않아 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며 “대출자나 은행 모두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권에 제시할 인센티브다. 주택가격이 폭락한 미국에선 은행이 모기지론에 대해 만기연장, 금리감면, 채무재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면 건당 1000~3000달러를 재정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은행이 바로 경매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손실을 분담한 데 대한 대가를 정부가 지급해 주택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으려는 고육책이다.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위한 재정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이 같은 재정 지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에 뭔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조만간 금융권의 의견을 듣고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그동안 주택담보대출로 상당한 이익을 거둔 만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인센티브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류시훈/장창민/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
■ 경매유예제도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집주인에게 마지막으로 집을 팔 수 있는 기회를 3개월간 주는 제도. 금융감독원은 2007년 9월 도입됐던 ‘담보물 매매 중개 지원제도’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전문 매매중개 사이트에 가격 등 매물정보가 올라가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