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날아든 두 개의 ‘깜짝 선물’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1900선을 회복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무제한 매입 결정과 유럽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으로 주식 시장은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증시의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1900대 후반까지 추가 상승할 여력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관련 판결과 14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이동하고 있다. ESM 출범과 미국의 3차 양적완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가세할 경우 코스피지수는 2000선 돌파에 나설 전망이다.

○증시 하락 리스크 완화

코스피지수는 7일 48.34포인트(2.57%) 오른 1929.58에 마감, 지난 5일 내줬던 1900선을 이틀 만에 회복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주식을 내다팔던 외국인이 모처럼 3107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이폰5에서 삼성 부품을 제외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4.52% 급등했다. 현대차(3.74%) LG화학(4.86%) 현대중공업(4.59%) SK하이닉스(7.66%)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업종을 불문하고 강한 상승랠리를 펼쳤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호재로 신한지주(3.46%)와 KB금융지주(4.79%) 등 금융주도 모처럼 큰 폭으로 뛰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6일 ECB의 국채 매입 결정으로 각종 정책 지연에 대한 불안감은 해소됐다”며 “기대했던 수준의 정책이 발표됐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ESM 독일 헌재 판결·QE3가 관건

전문가들은 ECB의 이번 조치가 코스피지수의 고점보다는 저점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수가 상승 랠리를 펼치기 위해서는 앞으로 예정된 각종 정책 이벤트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차 관건은 유럽 재정위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여부다. ECB가 국채 매입의 전제조건으로 구제금융 신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ECB의 단기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코스피지수는 1980선 근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헌재가 ESM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릴 경우 코스피지수는 추가 상승 탄력을 받아 최고 2050선 안팎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ESM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면 5000억유로가량의 자금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해 추가 상승하기 위한 관건은 Fed의 3차 양적완화 정책 시행 여부다. 14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는 이유다. 3차 양적완화 정책 시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당장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기 상황이 과거 1,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을 때만큼 나쁘지 않고, ‘오퍼레이션트위스트(장기 국채 대량 매입)’ 정책도 연말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승장이 예상되는 만큼 3분기 실적 모멘텀이 돋보이는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 중심으로 대응하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주에도 단기적으로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