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등 지상파 방송사(EBS·지역민방 포함)의 24시간 방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자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하루 19시간)만 방송하도록 했던 규정을 바꿔 ‘심야방송’을 허용했다.

상업광고를 하지 않는 KBS1은 10월부터 곧바로 24시간 방송을 시작한다. 반면 KBS2와 MBC, SBS 등은 광고시장 여건을 감안해 21시간 방송을 10~12월 중 시작한 뒤 순차적으로 방송시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케이블TV업계는 “방송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과의 규제 불균형 해소’와 ‘심야시간 취약계층 시청권’을 내세워 규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미국 영국 등 어떤 선진국도 방송시간을 규제하는 곳이 없다”며 “케이블TV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등 24시간 방송이 가능한 유료방송과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상파의 종일방송 허용은 방송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방송시장의 독과점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지상파 심야방송 허용이 지상파로 광고 쏠림현상을 심화시켜 독과점을 고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2002년 86.3%였던 지상파의 광고 점유율이 지난해 63.7%로 떨어졌고, 시청점유율도 2002년 74.6%에서 작년엔 55.8%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심야방송 허용으로 인해 광고 집중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케이블TV협회는 “지난해 지상파3사와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전체 시청률은 74.3%에 달했다”며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반박했다.

지상파 방송시간 규제 철폐는 1961년 KBS가 개국한 이후 51년 만이다. 그동안 정부는 1967년 아침방송 실시, 1996년 아침방송 확대, 2005년 낮방송 확대 등 방송시간을 꾸준히 늘려왔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의 새벽시간 프로그램 확대편성으로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광고 잠식은 불가피하다”며 “미디어렙 허용, 가상·간접 광고 허용 등 지상파 규제 완화에 이은 특혜 조치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