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사진)이 지난 5일부터 예정된 중요 면담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어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중병 피습 부상 등 그를 둘러싼 각종 설이 난무하자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시 부주석이 오는 10일 덴마크 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부주석의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 면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 부주석 등 당 관계자가 아닌)국무원의 한 고위층이 덴마크 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정부기구인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가 홍콩 기자들에게 시 부주석이 덴마크 총리와 만난다는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지도자가 누구를 만나는지에 대해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를 통해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 부주석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불거지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이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정마저 취소돼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꼴이 됐다.

오는 10월 중순께 열릴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으로부터 당총서기직과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아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주석직도 물려받는다. 따라서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중국의 권력구도는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시 부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중앙당교 개학식에 참석한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5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러시아 의회 고위관계자 면담(6일) 등을 잇따라 취소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이날 시 부주석이 인민해방군 산하 301병원에 입원했다는 설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부주석이 등을 다쳤다고 했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직원들과 축구를 하다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수영을 하다 다쳤다는 설을 제기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시 부주석에게 변고가 생겨 주석직 승계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