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4년내 일자리 100만개 더 만들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은 지금 서로 다른 비전과 이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나는 중산층을 복원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타임워너케이블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서 11월6일 대선에 출마할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했다.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과 분명한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여러분들이 선택한 변화와 희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이것이 내가 재선에 나선 이유”라고 강조했다.

○“중산층 복원이 경제회복 지름길”

이날 부인 미셸 오바마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처음으로 등장한 두 딸 말리아와 사샤를 향해 “내일 오전에 학교에 가야 한다”는 농담을 시작으로 40분 동안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와 목소리로 정권 재창출을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부유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세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롬니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공화당이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정당이고,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만장자들은 세금을 더 내 재정적자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며 부자 증세를 다시 한번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를 100만개 창출하고 2014년까지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자체 생산을 늘려 2020년까지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고 천연가스 산업에서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 부문에서 수학 및 과학 교사 10만명 신규 고용과 지역 대학생 200만명에 대한 직업교육 등을 약속했다. 이어 전쟁 비용 지출을 중단하고 그 예산을 경제 분야에 투자해 10년간 재정적자를 4조달러 이상 감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몇 년간 미국에서는 일자리와 경제, 세금과 재정적자, 에너지와 교육, 전쟁과 평화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들 결정은 다가올 수십 년간 우리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현안에 대한 선택은 단순히 두 후보나 민주·공화 두 당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두 길에 대한 유권자와 국민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내가 제시하는 길이 빠르거나 쉽다고 얘기하지는 않겠다”며 “미국이 당면한 도전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몇 년으로는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 때 과감하면서도 인내력 있게 추진했던 실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 회복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자신을 믿고 시간을 더 달라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4년 전 전당대회를 언급하면서 “나는 더 이상 후보가 아니다. 나는 대통령이다”라고 말하자 2만여명의 청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그는 “미국의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며 “나는 여러분 중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함께 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샬럿=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