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무더운 여름 뜨거운 상승세를 보여줬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는 지난 7월27일부터 8월22일까지 총 18거래일 중 17거래일 동안 진행됐다.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단기국채 무제한 매입 발표에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양적완화(QE3)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관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했다”며 “유통시장에서 만기 1~3년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급등으로 화답했다. 이번에 발표된 ECB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옹달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목마름을 호소하는 시장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ECB에서 오는 14일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이번 달 FOMC에서 QE3를 발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다시 한 번 FOMC에서 특별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온기가 돌고 있는 시장이 다시 식어버릴 수 있다.

지난 8월 상승랠리의 주인공은 외국인이다. 그런데 유가증권시장에서 순수한 순매수를 했다기보다는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금융주 등을 매수하는 데 집중했다. 문제는 이들 주요업종에 대해 진행 중인 프로그램매수가 외국인의 선물매도 압력으로 인한 프로그램매도로 전환될 경우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8월 한 달 동안 유입된 프로그램 금액만 8조원이다. 외국인의 차익 매도가 출회될 경우 급격한 시장 하락까지 대비해야 한다.

◆외국인 선물매도 우려 커져

최근 외국인들의 파생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지수선물에서 벌써 2조원에 육박하는 매도세를 기록하고 있다. 파생시장에서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에 프로그램매도가 동반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프로그램 차익매도는 6일까지 1조 2000억원 이상 출회됐다. 외국인의 선물매도가 현물매도와 함께 주가 하락세를 만들었던 것이다. ECB의 국채매입 발표로 매도세에 집중하던 외국인 투자자는 7일 순매수로 돌아섰다. 불안감 해소에 따라 일부 포지션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FOMC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또 한 번 매도세를 늘릴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박스권 예상…파생상품 활용 투자해야

1870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ECB 훈풍’에 힘입어 다시 1930선에 근접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방어적 태도를 고려했을 때 코스피지수 1940 돌파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 증시는 13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위칭데이)과 14일 FOMC 결과가 나온 이후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1940포인트를 상단으로 한 제한된 박스권 매매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의 급등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현물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외국인과 같이 현물과 선물을 함께 이용하는 투자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 다양한 투자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