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유럽 재정 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만들어내는 ‘이벤트’보다는 제조업지표 고용지표 등 실질적인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미국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예상치를 웃도는 20만개나 늘어 주가가 올랐다’ ‘한국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만명 증가했다’는 등의 고용지표 관련 뉴스가 나와도 일반인들이 해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야구선수의 타율이 3할4푼이라면 ‘아, 잘 치는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얼른 떠오르죠. 대다수 타자들이 3할을 넘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20만개 늘어났다’는 건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라는 건 알겠지만 과연 얼마나 늘어야 ‘많이’ 늘어난 건지에 대해선 감이 없기 때문이죠.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미국 인구는 약 3억명입니다. 인구 증가율은 1%쯤 되고요. 매년 300만명 정도 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죠. 이 가운데 일자리가 필요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1억6000만명쯤 되고, 이 역시 매년 1%씩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매년 1억6000만명의 1%인 16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매년 인구가 약 20만명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15세 이상 인구는 그보다 많은 약 46만명씩 늘어납니다. 15년 전에는 지금보다 출산율이 높았기 때문이죠.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주부나 학생이라서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일자리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35% 정도 됩니다. 그걸 빼면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15세 이상 인구는 매년 약 30만명씩 늘어나는 셈이죠. 즉 한국은 적어도 매년 30만개 정도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1년에 160만개, 한국은 1년에 30만개. 이런 대략적인 수치를 기억하고 있으면 매달 초에 발표되는 고용 관련 뉴스가 더 쉽게 다가옵니다. 결국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20만개 늘었다면 그걸 1년으로 환산하면 240만개쯤 될 것이고, 이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연간 160만개의 일자리를 뛰어넘는 수치이므로 아주 좋은 성적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