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 세계에서 460만대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9% 늘어난 수치다. 내수 침체와 파업 여파로 국내 판매(73만5534대)는 5.82% 줄었지만 해외 판매(386만4853대)가 12.23% 늘어난 덕분이다.

‘파업 충격’이 반영된 지난달에는 현대차 판매 실적이 29만3924대(국내 3만5950대, 해외 25만7974대)로 작년 같은달에 비해 4.6% 줄었다. 국내 판매가 29.8% 급감했으나 해외 판매는 14% 늘어 충격을 흡수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대규모 파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해외 생산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평가다.

◆주목받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2년부터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에 나섰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넘고 물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지금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60만대(이하 연간 생산능력 기준) △유럽 60만대 △중국 143만대 △인도 60만대 △터키 10만대 △러시아 20만대 등 세계 주요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시험 가동 중인 베이징현대차 3공장(40만대)을 합치면 해외 생산능력은 353만대로 국내 공장(350만대)을 앞선다. 오는 11월 초 현대차 브라질공장(15만대) 완공과 내년 터키공장 10만대 증설, 2014년 기아차 중국 3공장(30만대) 완공이 이뤄지면 해외에서만 연간 408만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외 공장은 생산성이 국내 공장보다 훨씬 높고 대부분 3교대제를 운영할 만큼 노동 유연성이 뛰어나다”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파업 등의 위기를 큰 흔들림 없이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이 30만대지만 지난해 36만대를 만들었다. 연산 60만대 설비를 갖춘 베이징현대차 1·2공장도 지난해 73만9000대를 생산했다.

◆‘파업 내성’ 체질 갖췄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파업으로 지난 6일까지 13만6768대의 생산 차질과 2조6063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손실금액은 역대 최대, 생산 차질 물량은 세 번째로 많다. 하지만 올 글로벌 판매 목표 700만대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생산·판매가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지난달에는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수출과 내수 판매 실적이 각각 36개월, 4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도 내수 부진 탓에 작년 동월보다 4.6% 줄었지만 해외 공장 덕분에 충격을 최소화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3교대제로 전환한 체코공장의 8월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96% 늘었다. 러시아는 54% 증가했고 중국도 19% 늘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차 국내 판매가 6.87% 감소했으나 해외는 11.88% 증가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국내 판매가 12.4% 줄었지만 해외에서는 2.2% 늘었다. 미국과 슬로바키아 공장의 판매량이 각각 33%, 44% 확대됐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 국내는 4.34% 줄어든 반면 해외는 12.8% 증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나 노조 파업이 현대·기아차 경영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늘어난 해외 생산기지가 완충작용을 하고 있다”며 “파업으로 노조의 이익을 관철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