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과 추락의 갈림길에 놓인 `브릭스`…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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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과 추락의 갈림길에 놓인 ‘브릭스’…어디로 갈 것인가?
최근 들어 브릭스 경제가 녹록치 않음에 따라 앞날을 보는 시각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가장 잘 나가던 때에 비해 절반 내외 수준이 예상했다. 벌써부터 일부 예측기관들은 브릭스 경제가 단기적으로 경착륙(hard landing),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브릭스 앞날을 좌우할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의 의미한다. 1인당 소득으로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으로 분류할 때 중진국이라 함은 4000∼10000달러 범위대에 속한 국가들을 통칭한다.
역사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졌던 국가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960∼7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같은 중남미 국가들은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이 빠져 ‘종속이론’이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에도우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을 중심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져 경제발전 혹은 개방수준이 한 단계 후퇴했다.
여러 이유가 있으나 비교적 보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중진국 함정’을 나타나는 것은 경험국의 사례를 볼 때 크게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한국처럼 짧은 기간 안에 성장단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압축성장(reduce growth)을 주도했던 경제각료들의 사고가 경직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운영 체계도 소득이 일정수준 도달해 임금상승 등 ‘고(高)비용-저(低)효율 구조로 바뀔 때 시장경제 도입, 기술혁신 등에 소홀히 한 것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산업구조 전환도 선진국의 첨단기술과 인력도입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초기 단계에 성장을 주도했던 주력산업을 오랫동안 고집했다.
잘 나가던 브릭스 경제가 ‘중진국 함정’ 우려가 나올 정도로 둔화세를 보이는 계기가 된 것은 수출비중이 많은 미국, 유럽 등이 거듭된 위기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릭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경제는 위기가 재정문제에서 시작됐으나 이제는 실물침체로 본격적으로 전이되는 단계다.
보다 근본적인 대내적인 원인은 성장경로상 전환기에 나타나는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와 같은 후발 경제국가들은 성장 초기에 `불균형 혹은 외연적 단계(inbalance or extensive growth path)`에서 `균형 혹은 내연적 단계(balance or intensive growth path)`를 거치는 것이 정형적인 로다.
‘불균형 혹은 외연적 성장단계’란 초기 단계에 허쉬만(A.O. Hirschman)의 전후방 연과효과가 높은 수출산업 위주로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을 의미한다. 반면 ‘균형 혹은 내연적 성장단계’란 일정궤도에 오르면 시장경제 도입,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요소와 전반적인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다.
대부분 브릭스 국가들은 ‘불균형 혹은 외연적 성장단계’에서 ‘균형 혹은 내연적 성장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2010년 이후부터 심한 성장통(成長痛, growth pains)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브릭스 경제의 주력산업이었던 전통적인 제조업이 성장통에 따라 생산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쟁력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릭스 경제의 성장동인이자 최대 강점이었던 인구가 공업화?도시화 진전으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중국의 ‘루이스 전환점¹’ 도달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정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이르면 그때부터 인력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하는 것인 정형적인 사실이다.
브릭스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둔화되는 것 이외에도 정책적으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2년 전부터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브릭스 국가들은 금리인하 등을 통해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뉴딜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북돋아주는 브릭스판 레이거노믹스 등 다른 정책수단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뉴딜 정책이란 1930년대의 혹독한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F.D. Roosevelt)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1930년대 미국경기는 유효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급락하는 디플레이션과 대규모 실업사태로 대변되는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겪었다.
뉴딜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은 존 메이너드 케인즈(J.M. Keynes)로, 이 이론의 특징은 △상품시장에서 금리에 대해 소비와 투자의 비탄력성(inelasticity) △화폐시장에서 투기적 수요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화폐환상(money illusion)과 임금의 하방경직성(downward rigidity)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정국 경기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에는 정부가 나서서 통화정책보다 재정지출을 통해 부족한 유효수요를 보전해 줘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 것이 케인즈의 구상이다. 이를 실천한 첫 작품이 1930년대 테네시강 유역개발로 상징되는 뉴딜 정책이다. 소한 1970년대까지 케인즈 이론에 의한 정책처방은 경기대책으로 매우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경제 상황은 급변했다. 경기가 침체되는 데도 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 케인즈 이론이 한계를 보이자 새로 등장한 것이 레이거노닉스(Reaganomics)다. 이 정책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총수요보다는 총공급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래퍼(A.B. Laffer)다. 래퍼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수준을 넘어 비정상 혹은 비표준 지대에 놓여 있을 때에는 오히려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창의력을 높여 경기와 세수가 동시에 회복될 수 있다는 이른바 ‘래퍼 효과(Laffer effect)’를 제시했다.
브릭스 경제는 아직까지 통화공급을 늘리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는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더라도 종전처럼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고 있는 데다 임금은 빠르게 하방 경직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얼핏 보기에는 케인즈적인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에 브릭스 정부는 경기가 침체되자 금리인하 등과 같은 뉴딜식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브릭스 경기침체는 단순히 유효수요 부족 때문만은 아닌 점을 감안하면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의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요즘 들어 브릭스 정부가 모색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종전만 못하고 증시 앞날에 대한 시각이 밝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브릭스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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